“연준 의장 조기 교체 검토”…트럼프, 파월 해임 시사에 금융시장 촉각

현지 시각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USA)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과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의장직 조기 교체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자 후보로 3∼4명을 이미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미국 내 통화정책 방향과 금융시장의 향방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매우 곧 물러날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없고, 미국 경제는 강하며 관세 수입도 늘고 있다.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후임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 후임을 늦어도 9∼10월, 이르면 여름에 발표할 수 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의 공식 임기는 내년 5월까지 11개월 남은 상황이다. 전례에 따르면 연준 의장 교체 시 인수인계 기간이 3∼4개월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조기 인선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성장 중심의 통화정책 추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백악관 쿠시 데사이 부대변인은 “경제·고용·투자 성장을 위해 연준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파월 의장 체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후임 후보로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 여러 인사가 거론된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 전 이사와 여러 차례 연준 인선 관련 논의를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현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장기적으로 의장직에 관심을 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싯 위원장은 의장직에 뜻이 없다고 주변에 전했다.

워시 전 이사는 최근 비공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레임덕을 심화시키기 위해 조기 지명할 수 있다”고 언급해 교체론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그는 매파(긴축) 성향으로, 트럼프 측에서 정책 독자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 금융시장은 연준 의장 조기 교체 시사로 금리 및 통화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 단축과 후임 인선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글로벌 자산시장과 환율뿐 아니라 미국의 대외 경제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시장과 외신의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연준 지도부 흔들기가 금융시장 불안감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조기 인선이 현실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고 보고 있다. 연준의 독립성 약화 논란과 더불어, 향후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조치가 앞으로의 국제 금융시장 및 통화질서에 어떤 변화를 동반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