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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동 칼부림 김성진, 법정에서 모든 혐의 시인”…유족 오열과 신상공개→죄책감은 어디에
사회

“미아동 칼부림 김성진, 법정에서 모든 혐의 시인”…유족 오열과 신상공개→죄책감은 어디에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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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그친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마트 주변에는 여전히 지난 4월의 충격이 가라앉지 않았다. 진열대에서 칼을 꺼내든 30대 남성 김성진은, 별다른 이유 없이 지나가던 60대 여성과 40대 마트 직원을 연이어 공격했다. 한순간 가족을 잃은 유족은 법정에서 삶이 산산조각 난 그 시간을 다시 떠올리며 오열했다.  

 

김성진은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첫 재판에 섰다. 나상훈 판사가 주재한 서울북부지법 13형사부의 심리에서 김성진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간단히 답했다. 피고인 진술의 짧음과는 달리, 방청석에서는 긴 울음이 흘렀다. 희생자의 언니는 “저런 악마는 다시는 인간 속에서 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분노와 슬픔을 쏟아냈다. 법정에서 퇴장하는 김성진을 향해서도 단호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성진 / 경찰 제공
김성진 / 경찰 제공

사건 당일, 김성진은 병원 환자복을 입은 채 소주를 마시고 마트에 들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아무 준비 없이 진열된 칼 포장을 뜯어 흉기로 사용했고, 장을 보던 60대 여성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어 40대 직원에게도 흉기를 휘둘렀으나, 시민의 제지로 두 번째 공격은 극단을 넘어서지 못했다.  

 

범행 직후 그는 과자 더미에 칼을 숨기고, 인근 골목에서 휴대전화로 112에 “마트에서 사람을 찔렀다”고 신고했다. 경찰에게 체포된 순간에도 “담배 한 대만 피우고 갈게”라는 무감각한 태도를 보였다. 김성진은 범행 직전 골절 수술로 입원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례적으로 빠른 신상공개도 이뤄졌다. 서울북부지법은 도주 우려를 들어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경찰은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름과 얼굴, 나이를 공개했다. 시민사회는 “신상공개만으로 사회적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흉악범의 동기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범죄를 막을 수 있었던 제도적 허점, 범죄자 치료와 사회 복귀 절차에 대한 논의도 재점화되고 있다. 유족의 슬픔과 시민들의 불안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제도와 일상 사이의 무거운 질문이 남는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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