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검거는 입에 밴 말"…여인형, 내란 재판서 정치인 체포조 의혹 부인
정치적 충돌 지점인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조 의혹을 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군 수사라인이 법정에서 맞붙었다. 체포조 운영의 실체와 지시 체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서 자신의 발언이 군 특유의 언어 습관과 혼란 속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여 전 사령관은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 10여 명에 대한 체포·구금 조치를 지시받고 체포조를 편성·운영한 혐의로 군사법원에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 반대신문에서 여 전 사령관은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발령 당시 체포조 운영 의혹과 관련해 군 내부 용어 관행을 강조했다. 그는 "군인들은 체포, 검거, 공격해, 쳐부숴 같은 말은 입에 배어 있다"며 "저도 모르게 한 말이 있고, 저도 나중에 보니까 이때 이런 말을 왜 썼지 싶은 말도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표현 수위가 지나쳤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체포조 지시와는 거리가 있다는 취지로 해명한 셈이다.
계엄 발령 직후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각 100명씩 인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대목에 대해서도 해명에 나섰다. 여 전 사령관은 "엄청나게 당황해서 실수한 것"이라며 "군인들은 연말쯤 되면 한해 훈련을 종합해서 작전계획을 새로 만드는데 내부적으로 합동수사본부를 만들려면 경찰 100명, 조사본부 100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비상계엄이 걸리니 당황하고 혼란스러워서 생각도 못 하고 머릿속 말을 실수로 했다"고 덧붙였다. 평시 작전계획 수립 과정에서 상정했던 인력 규모가 계엄 상황에서 무심코 튀어나왔다는 설명이다.
또 계엄 당시 체포 대상자 명단에 포함된 정치인들에 대해 실제 추적을 지시했느냐는 윤 전 대통령 측 질문에는 표현을 조정해 답했다. 그는 "추적은 트래킹이라 불가능하고 정확히 확인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람들 어디 있을까를 물어봤다가 가장 자연스러운 말"이라고 부연하며, 위치 추적보다는 소재 파악 수준의 요청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여 전 사령관의 진술은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조직적 체포조 운영이 있었는지를 둘러싼 공방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검찰은 계엄 체제하 군 수사라인이 특정 정치인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체포·구금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는 반면, 여 전 사령관은 표현상 과장과 절차상 혼선이 있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한편 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공판을 시작하며 법정 내 질서 문제를 먼저 언급했다. 그는 지난 재판에서 방청석에서 허가 없이 촬영된 사진으로 시비가 빚어진 점을 거론하며 "탄원서를 제출한 분께 법정 질서를 유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이후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직접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의 방청 관리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은 향후 군 지휘부와 민간 정치권 인사들의 증인 신문이 이어지며 공방이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은 관련 증인 채택과 신문 일정을 조율하며 심리를 이어가고 있고, 정치권은 계엄 상황에서의 군 수사권 행사 범위를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