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주말 저녁, 로또 한 장의 설렘”…10년째 이어진 소확행

임서진 기자
입력

요즘 주말이면 로또를 사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꿈을 사고 운을 시험하는 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특별할 것 없는 하루에 스스로 선물을 건네는 일상이 됐다.

 

주변을 둘러보면 "로또는 작은 희망"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SNS에는 당첨 번호 조합을 연구하는 글, 판매점 인증샷,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겨진 연속 미당첨 스토리까지 무심코 쏟아진다. 로또 당첨금을 향한 소망보다는, 한 주를 마무리하며 기대와 설렘을 느끼고픈 마음이 더 크게 읽힌다.

제1192회 로또당첨번호
제1192회 로또당첨번호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1192회차까지 로또 누적 판매금액은 83조원을 훌쩍 넘었고, 1등 누적 당첨자만 9,800명을 넘어섰다. 가장 많이 뽑힌 행운의 번호부터, 누적 당첨금과 최고·최저 지급액 같은 통계 속엔 지난 20년의 설렘과 아쉬움이 함께 담겨 있다. 로또 추첨 방송을 기다리며 가족·친구들과 번호를 맞춰보는 평범한 토요일 저녁 풍경도 이제는 우리의 익숙한 일과가 됐다.

 

전문가들은 로또 열풍의 본질을 "잃지 않고 얻는 일상적인 위로"라 정의한다. 심리학자 정유진씨는 "몇 천 원의 소액 투자로 거창한 미래를 상상하는 과정, 잠깐이나마 현실 너머를 꿈꿀 수 있게 해주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기자가 주말 도심 로또 판매점을 돌며 만난 20~50대 시민들은 "당첨 기대보다 잠시라도 수고한 자기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는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오늘도 꽝이지만, 다음 주를 기다릴 이유가 또 생겼다”, “최다 출현 번호가 뭐든 내 번호엔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공감 섞인 이야기가 적지 않다. 사소하지만 특별한 의례가 돼버린 로또 구매, 때로는 가족끼리 나누는 대화의 소재로, 때로는 스스로에게 주는 작고 사적인 응원으로 자리 잡았다.

 

어쩌면 로또는 단지 당첨을 노리는 '게임'이 아니라, 각박한 일상 속 잠시 숨 고르며 내일을 다시 상상하게 해주는 기호인지도 모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임서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로또#당첨번호#동행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