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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5대 강국 도약” 국가우주청, 실행원년 선언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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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기술이 국가 전략산업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면서 정부가 내년을 ‘우주항공 5대 강국 도약’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분기점으로 규정했다. 그동안 로켓 발사와 위성 개발 중심으로 축적해 온 기술 자산을 산업과 일자리, 민간 기업 성장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주 수송과 위성, 탐사, 차세대 항공기술까지 아우르는 통합 로드맵을 바탕으로, 글로벌 우주경제 경쟁 구도 속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영빈 국가우주항공청장은 31일 신년사를 통해 내년을 준비해 온 정책과 전략을 실제 실행과 눈에 보이는 성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기술, 산업, 인재, 국제협력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우주항공 생태계를 현실로 구현하겠다고 강조하며, 연구개발 중심의 개별 프로젝트를 넘어 국가 차원의 일관된 거버넌스 구축을 예고했다.

우주청은 먼저 정책과 거버넌스 체계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현재 국가우주위원회를 국가우주항공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우주와 항공 정책을 하나의 통합 틀에서 설계하는 구조를 만든다. 우주항공 산업을 차세대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명확히 위치시키기 위한 중장기 산업육성 전략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장 실무형 인재 양성을 확대해 연구·제조·운영 단계에 바로 투입 가능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우주상황 인식 역량 강화를 통해 우주 잔해물 추적과 위성 운용 안전성도 단계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다.

 

민간 주도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 확장도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공공 중심이었던 우주개발 사업 구조를 개편해, 발사체 부품과 위성 탑재체, 지상국 시스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민간 기업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위성정보를 활용한 농업, 해양, 재난관리, 도시계획 등 응용 서비스를 확대하고, 인공지능을 결합한 분석·예측 플랫폼을 실증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데이터 서비스,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기반 분석 기업 등 IT 기업 참여를 촉진하는 연쇄 효과도 노린다.

 

항공 분야에서는 민항기 국제공동개발 참여를 통해 글로벌 항공기 제조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국내 산업만으로 전체 기체를 개발하기보다는 해외 항공기 제작사와 부품·모듈 단위 공동개발에 참여해 기술력을 축적하고 공급망에 진입하는 전략이다. 동시에 지역별 산업 기반과 공항 인프라, 정비 수요를 연계한 항공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우주수송과 위성, 탐사 분야에서는 기술 고도화와 상업화 기반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누리호 5차 발사를 통해 발사체 신뢰성을 끌어올리고 반복 발사 체계를 정착시켜 상업 발사 서비스로 전환할 토대를 마련한다. 누리호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재사용발사체와 궤도수송선 개발을 준비해 발사비용을 낮추고 발사 빈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동시에 첨단 지구관측위성과 통신위성 발사를 이어가면서, 고해상도 센서와 위성 탑재용 전장부품, 위성 간 레이저 통신 등 핵심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달 탐사 등 심우주 탐사 인프라도 단계적으로 확장한다. 달 통신 인프라를 순차적으로 구축해 향후 로버, 착륙선, 중계위성 등 다양한 탐사 임무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국제 협력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탐사 데이터 공유와 공동 연구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국제적 탐사 네트워크에 참여해 기술과 표준을 맞추고, 향후 달 및 심우주 상업 활동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차세대 항공 기술 확보도 우주 전략과 병행 추진된다. 드론, 미래항공기, 항공엔진, 소재·부품·장비 분야 핵심 기술을 장기 로드맵에 따라 축적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기술 자립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다. 특히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항공기와 자율비행 기술이 결합된 지능형 항공 시스템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이동하는 흐름에 선제 대응해, 수소·전기 추진, 도심항공교통과 연계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한다.

 

윤 청장은 우주항공 정책이 특정 기업이나 연구기관을 넘어 지역사회와도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과 상생하고, 연구단지와 교육기관, 중소기업을 묶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 시민 참여형 우주·항공 과학 프로젝트 등도 병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부처와 기관, 기업 간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우주항공 5대 강국 도약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계획된 누리호 발사, 위성정보 기반 서비스 실증, 민항기 공동개발 논의 등 여러 이정표가 실제 산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산업계는 우주항공 전략이 중장기 투자와 규제 개선으로 구체화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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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우주항공청#윤영빈#누리호5차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