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부분 아닌 큰 그림 그려야”…오용규 변호사, 상고제도 개혁 방향 제시
상고제도 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오용규 변호사(사법연수원 28기·법무법인 동인)는 최근 ‘상고제도론 – 세계 각국의 상소제도 및 한국 상고제도 개혁방안’ 저서를 통해 현행 제도와 해외 사례를 포괄적으로 분석하며 제도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 변호사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국 상소제도와 심급 구조를 비교하면서, 사실심 강화와 상고제한 도입이 우리나라 사법체계에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오 변호사는 “상고제도 개혁은 눈에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포인트 법 개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법제도는 단일 구조가 아니라 복합적으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상고제도 개혁이 다른 사법제도와 상호작용한다는 점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상고제도의 역사, 민사소송 상소제도 적용상의 문제, 국내외에서 제기된 개선 논의와 평가, 그리고 실현 가능한 개혁방안까지 상세히 짚었다. 오 변호사는 “한 나라의 사법제도, 특히 상고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법원의 위상·역할·책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생활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편적 개편에 그치지 말고 긴 호흡의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인복 전 대법관도 추천사에서 “오 변호사는 사실심의 충실한 강화와 한국 사법제도에 맞는 상고제한제 도입을 역설했다. 1심과 2심에서의 철저한 심리가 전제될 때 비로소 대법원이 본연의 법률심 기능에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단지 대법원의 업무 경감이 아니라, 제도 전체 신뢰와 국민 권리 보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상고제도 논의가 최근 들어 갑자기 등장한 점이 오히려 우려스럽다”고 언급하며, “상고심 개편은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 전체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 세계 각국과 비교하고 그동안 축적된 국내 논의들을 종합해, 장기적 관점에서 전체 사법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구지법 판사, 창원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등 주요 법관 경력을 쌓았고, 사법연수원 교수, 법무부 법무자문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인, 고려대·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치권이 대법원 업무 부담을 이유로 상고법원 신설, 상고제도 개혁을 거론해 온 가운데 오 변호사의 제안은 사실심 중심의 절차 강화와 상고제한이 한국 실정에 맞는 실효성 있는 해법이 될지 관심을 끈다. 여야와 법원은 제도 개편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