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의 10초 결단”…클립튼 트루먼 대니얼, 6·25전쟁 75주년 서울 도착→평화와 동맹 의미 새겨
서울 하늘 아래 75년 전 맺은 결연한 약속의 그림자 위로, 트루먼 대통령의 외손자 클립튼 트루먼 대니얼이 다시 걸음을 내딛었다. 6·25전쟁 75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그는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짙은 책임과 동맹의 의미를 되새기며, 자신의 할아버지를 “10초 만에 참전 결정을 내린 사람”으로 한국인들의 기억에 남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클립튼 트루먼 대니얼은 자신의 가족과 함께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찾아, 그곳에 재단장된 ‘6·25전쟁 지도자실’을 유심히 살폈다. 그 자리에는 이승만 대통령과 트루먼 대통령 두 지도자의 결단이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바꾼 순간이 기록돼 있었다. 공간 앞에는 이재명 대통령 명의의 화환이 놓여 한·미 우호의 맥락을 강조했다.

인터뷰에서 대니얼은 1950년 유엔군 참전 결정을 그저 빠른 판단의 결과가 아닌, 인간적 우정과 국제적 책임에서 비롯된 지도자의 신념이라 정의했다. 그는 “전쟁 중에 친구를 버릴 수 없다”는 트루먼 대통령의 생각을 언급하며, 단 한 번도 결정을 번복하거나 후회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부 사이의 자유 수호라는 공통의 목표에 연결된 갈등과 협력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짚었다.
첫 기억 속 할아버지는 정치인보다 인문정신이 깃든 어른이었다. 대니얼은 “4살 무렵 TV를 보는 나와 동생에게 그리스 역사책을 읽게 했다”며, 어린 마음에조차 남을 만큼 할아버지는 책과 배움에 깊은 애정을 지닌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직책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 더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후손에게 물려주려던 가족의 뜻에, 대니얼 자신도 한참이 지나서야 할아버지의 역사적 역할을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언론인 경력을 바탕으로 그는 트루먼 대통령을 기념하는 회고록을 집필하고, 한편으로는 원폭 피해와 반전을 위한 평화운동에도 앞장서왔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대니얼은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있는 이승만·트루먼 대통령 동상도 찾을 계획이다. 아울러 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에 맞춰 일본을 방문해, 당시 미국의 상대였던 도조 히데키의 증손자와 마주해 미래세대를 위한 화해와 평화 증진의 뜻을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 동맹의 기원과 평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게 된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 사회는 지도자의 결정 한 순간이 남긴 무게와 75년에 걸친 우정의 가치를 다시 한 번 경험하게 됐다. 정부는 이번 기념 행사를 계기로 국제 평화 협력의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며, 지속 가능한 동맹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