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길찾기가 생존 좌우한다”…네이버, 영세 소상공인 디지털 인프라 부각
디지털 플랫폼이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수도권에서는 지도와 길찾기, 비수도권에서는 간편 결제와 빠른 정산처럼 지역별로 핵심 디지털 기능이 다르게 작동하며, 온라인 노출과 결제 편의성이 곧 매출과 직결되는 구조가 확인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런 결과가 디지털 전환 지원 정책과 플랫폼 규제 논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일 안재현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공학부 교수와 안용길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연구팀은 디지털플랫폼의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실증연구를 통해 네이버 플랫폼 서비스가 소규모 사업자의 고객 확보와 매출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 분석했다고 밝혔다. 연구 대상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플레이스, 광고를 사용하는 연 매출 1억원 이하 또는 연 광고비 100만원 이하 사업자 3257곳이다. 특정 서비스와 기능을 1년간 이용하지 못한다고 가정했을 때, 소상공인이 요구하는 보상 수준을 통해 서비스 가치를 추정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네이버 플레이스를 이용하는 수도권 사업자는 지도와 길찾기 서비스의 중요도를 비수도권 대비 3.87배 높게 평가했다. 지도 기반 검색과 길찾기를 통해 잠재 고객에게 가게가 노출되는 정도가 경쟁이 극심한 수도권 환경에서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교통 혼잡과 유동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에서는 오프라인 간판과 입지보다 모바일 지도 상의 노출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지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비수도권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비수도권 사업자의 온라인 예약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는 수도권보다 2.62배 높았다. 동네 상권에서 예약 편의성과 사전 확정 수요를 확보해주는 기능이 주요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재방문 고객 비중이 높은 지역 상권 특성상, 온라인 예약 기능이 고객 관리와 운영 효율화의 핵심 도구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세한 플레이스 사업자일수록 지도와 길찾기 기능을 대체 불가능한 도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소규모 플레이스 사업자의 네이버 지도와 길찾기 서비스에 대한 플랫폼 고유성 지수는 1점 만점에 0.93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비스가 다른 수단으로 대체되기 어렵고, 실제 매출과 신규 고객 유입에 직접적인 가치를 제공한다고 인식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오프라인 마케팅 예산이 부족한 소상공인에게 지도와 길찾기는 사실상 기본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상거래 영역에서도 지역별 격차를 메우는 효과가 확인됐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비수도권 판매자는 수도권 판매자보다 가격 비교, 간편 결제, 빠른 정산 등 네이버 서비스의 가치를 1.85배 높게 평가했다. 물류와 금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서 온라인 플랫폼이 결제 편의성과 정산 속도를 높여 유동성 확보를 돕고, 소비자 접근성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런 기능들이 비수도권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해 지역 간 매출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조사는 8월 27일부터 9월 11일까지 진행됐다. 연구팀은 서비스별 이용 제한 상황을 가정해 보상 의향을 묻는 방식으로 각 기능의 경제적 가치를 수치화했다. 지도와 길찾기, 리뷰 노출, 온라인 예약, 간편 결제, 정산 속도 같은 개별 기능들이 실제 창업과 영업 유지에 어느 정도로 필수적인지, 소상공인 관점에서 구체적인 우선순위를 파악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연구팀은 네이버 지도와 길찾기, 간편 결제 등의 서비스가 소상공인의 핵심 경영 활동인 고객 확보와 매출 창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고 정리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홍보 수단보다 플랫폼 기반 노출과 결제 경험이 중요해지는 구조가 통계로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수도권에서는 검색과 길찾기를 통한 유입 경쟁이, 비수도권에서는 결제와 정산을 통한 운영 안정성이 주요 생존 조건으로 부상한 셈이다.
안재현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자 후생뿐 아니라 소상공인의 생존과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규정했다. 그는 이번 실증 연구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이 지역 격차 완화와 전국 단위 상생 생태계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상공인이 디지털 안전망 위에서 실질적인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 도구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성장 사다리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상생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석이 향후 디지털 플랫폼 규제와 지원 정책을 설계하는 데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플랫폼 독점 구조에 대한 통제와 함께, 지역과 규모에 따른 소상공인의 의존도와 실질적 효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산업계는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플랫폼이 소상공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상권의 구조와 지역 경제의 회복력이 달라질 수 있다며, 기술과 제도, 상생 전략이 균형을 찾는 과정이 앞으로의 핵심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