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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전기자극도 AI로 맞춘다"…뉴로핏, 삼성서울 공급 성사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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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질환 진단과 치료에 특화된 인공지능 기업 뉴로핏이 뇌졸중 후유증 치료 영역에서 상급종합병원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뉴로핏은 삼성서울병원에 AI 기반 개인 맞춤형 경두개직류자극술 솔루션을 공급했다고 27일 밝혔다. 혁신의료기술로 지정된 개인 맞춤형 tDCS 솔루션이 국내 상급종합병원에 도입된 첫 사례로, 뇌졸중 재활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업계 시선이 쏠린다. 향후 다른 대형 병원과 지역 거점 병원으로 확대될 경우 비침습 뇌 자극과 AI 영상 해석을 결합한 디지털 재활 시장이 본격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로핏이 공급한 개인 맞춤형 tDCS 솔루션은 뇌 전기 자극용 영상 치료 계획 소프트웨어 뉴로핏 테스랩과 경두개 전기자극 기기 뉴로핏 잉크로 구성된다. 지난 4월 뇌졸중으로 발생한 손가락 운동 마비 환자의 손가락 운동 기능 증진을 목적으로 혁신의료기술에 선정됐고, 7월 1일부터 실제 임상 진료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혁신의료기술은 안전성과 잠재적 임상 효과가 인정된 기술 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한 사용 기간과 목적, 대상 조건을 충족하면 제한적이지만 의료 현장 사용을 허용하는 제도다. 뉴로핏 솔루션은 이 제도를 기반으로 2028년 6월 30일까지 임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

기술적 핵심은 개인별 뇌 구조를 반영한 전기 자극 경로 설계에 있다. 환자가 촬영한 뇌 MRI를 뉴로핏 테스랩이 정밀 분석해 뇌 피질 구조와 병변 위치, 전기적 특성을 추정하고 최적의 자극 위치와 강도, 전극 배치 패턴을 계산한다. 이를 바탕으로 뉴로핏 잉크가 두피에 부착된 전극을 통해 목표 영역에 약한 직류 전류를 전달한다. 경두개직류자극술은 두개골 바깥에서 미세한 전류를 흘려 신경세포 흥분성을 조절하는 비침습 뇌 자극 기술로, 기존에는 정형화된 위치 설정과 경험 의존적 프로토콜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뉴로핏은 AI 기반 영상 분석을 결합해 자극 지점과 방향을 환자별로 세밀하게 조정하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이번 솔루션은 주로 뇌졸중 후 손가락 운동 마비 환자의 기능 회복을 목표로 활용된다. 뇌졸중 병변 주변의 운동 피질 네트워크는 손상을 입으면서도 일부 가소성을 유지하는데, 경두개직류자극술은 이 부위의 신경 회로가 재조직되는 과정을 촉진하는 보조 치료로 쓰인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등 기존 재활요법을 병행하면서, 사전에 테스랩에서 산출된 자극 계획에 따라 잉크 장비로 전기 자극을 추가 적용한다. 업계에서는 개별 환자의 뇌 구조와 병변 위치를 반영한 계획 기반 tDCS가 도입되면 재활 반응이 좋은 환자 비율이 늘고, 일정 기간 반복 적용 시 기능 회복 속도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 이번 도입은 AI 기반 뇌 자극 계획 소프트웨어가 국내 상급종합병원 재활 프로토콜에 편입되는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상급종합병원은 뇌졸중 환자 풀과 재활 인프라가 집중된 만큼, 초기 레퍼런스를 확보한 솔루션이 후속 병원 도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특히 혁신의료기술 지위를 부여받은 기술은 일정 기간 동안 비급여로 사용하면서 실제 임상 데이터와 경제성을 입증해야 하기에, 삼성서울병원과 같이 데이터 수집 역량을 갖춘 기관과의 협력이 향후 급여 전환 논의에도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비침습 뇌 자극과 뇌 영상 분석, AI 알고리즘을 결합한 디지털 신경재활 솔루션 경쟁이 이미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경두개자기자극술과 경두개직류자극술을 우울증, 만성통증, 재활 분야에 적용하는 시도가 확대되면서, 자극 위치 최적화와 환자 맞춤 프로토콜 설계가 핵심 차별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뉴로핏처럼 MRI 기반 3차원 두뇌 모델과 전류 분포 시뮬레이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는 이 같은 글로벌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셈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환자 수, 재활 성과, 병원 내 워크플로우 통합 정도가 중장기 경쟁력의 관건으로 꼽힌다.

 

규제와 보험 측면의 과제도 남아 있다. 현재 개인 맞춤형 tDCS 솔루션은 혁신의료기술로 지정돼 한시적으로 임상에 사용할 수 있으나, 요양 급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2028년 6월 30일까지 축적되는 임상 데이터와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이 향후 비급여 유지 또는 급여 전환 논의를 좌우하게 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환자 맞춤 뇌 자극이 표준재활과 어떤 조합으로 쓰일지, 신경인지 기능이나 정서 상태에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비침습이라 하더라도 뇌 기능에 직접 개입하는 특성상 적응증 설정과 장기 안전성 검증이 필수라는 의견이다.

 

업계는 이번 공급이 국내 디지털 신경재활 시장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이벤트로 본다. 빈준길 뉴로핏 공동대표이사는 삼성서울병원으로의 공급이 짧은 협의 기간 내에 성사된 점을 언급하며 이를 기반으로 국내 의료기관 전반으로의 확대 전략을 예고했다. 실제로 다른 상급종합병원과 재활 전문병원이 유사한 솔루션 도입을 검토할 경우, 뉴로핏은 선행 레퍼런스를 활용해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회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환자군 데이터를 축적해 알고리즘 고도화와 적응증 확장에도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전문가들은 AI 기반 개인 맞춤 뇌 자극 기술이 상용 치료로 자리 잡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임상 성과와 건강보험 제도 변화에 달려 있다고 본다. 뇌졸중 환자 수와 재활 수요를 고려하면 시장 잠재력은 크지만,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 효능 입증과 의료진 수용성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산업계는 뉴로핏 사례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뇌 영상, AI, 비침습 자극을 결합한 정밀 신경치료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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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핏#삼성서울병원#경두개직류자극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