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AI로 공장환골탈태 모색…NIPA, 글로벌 제조혁신 논의판 연다
피지컬 인공지능을 앞세운 차세대 제조혁신 논의가 한국에서 본격화된다. 로봇과 센서, 네트워크, 클라우드가 결합된 피지컬 AI는 실제 공장 설비를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며 제어하는 기술로, 생산라인 탄력성과 품질 예측 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이번 포럼을 두고 제조업 강국 한국이 피지컬 AI 글로벌 표준 경쟁에 합류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NIPA는 20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코엑스 아셈블룸에서 피지컬 AI 인터내셔널 포럼 2025를 개최한다. 포럼 개최 사실은 19일 공식 발표됐다. 포럼 슬로건은 글로벌 제조혁신의 미래를 연다로, 정책 방향부터 핵심 기술, 실제 산업 적용 사례까지 피지컬 AI 전주기를 다루는 것이 목표다.

피지컬 AI는 공장 내 로봇과 설비, 물류 장비에 AI를 심어 물리적 환경을 실시간 인지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게 하는 기술을 뜻한다. 단순 소프트웨어 분석을 넘어, 카메라와 힘 센서 같은 물리 센서 데이터와 공정 제어까지 통합하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생산 라인의 로봇이 부품 오차를 스스로 감지해 궤적을 조정하거나, 설비 이상 징후를 예측해 자동으로 가동을 줄이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기조발제에는 로봇공학과 피지컬 AI 분야를 이끌어 온 세계 석학이 대거 참여한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플랫폼 연구로 알려진 데니스 홍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교수, 로보틱스와 제어 이론 전문가로 꼽히는 리 제이 메릴랜드대학교 교수가 최신 기술 동향과 제조 현장 혁신 전략을 발표한다. 두 연구진은 공장 자동화 로봇의 자율성 향상, 작업공간 내 인간과 로봇 협업 안전성 확보, 시뮬레이션 기반 제조 최적화 사례 등을 중심으로 소개할 전망이다.
통신과 인프라, 모빌리티 기업도 피지컬 AI의 구현 방식을 공유한다. 필립 제라드 노키아 아시아태평양 책임자는 5G·6G 기반 초저지연 네트워크가 로봇과 설비를 클라우드 AI에 실시간 연결하는 구조를 설명할 계획이다. 공장 안의 AI가 사내 서버를 넘어 엣지 클라우드, 퍼블릭 클라우드를 유연하게 오가며 제어 명령을 내려, 기존 대비 수배 많은 센서와 로봇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아키텍처가 논의 대상이다.
이재민 현대자동차 이포레스트 센터장은 자동차 산업에서의 피지컬 AI 적용 로드맵을 제시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생산라인에서 로봇이 모델 전환에 스스로 적응하도록 만드는 공정 재구성, 부품과 완성차 물류를 통합하는 스마트 물류 플랫폼, 배터리 공정 품질을 예측하는 AI 검사 시스템 등 제조 전주기 사례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맞춤형 차량 생산과 다품종 소량 생산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포럼은 기술 토론을 넘어 정책 방향과 제도 환경 논의에도 초점을 맞춘다. 피지컬 AI는 실제 설비를 제어하는 특성상 안전 규제와 데이터 책임, 사이버 보안, 통신 인프라 규격 등 복합 규제가 얽힌 영역이다. 발표 세션에서는 향후 공장 내 자율 로봇 운용 기준과 책임 소재, 제조 데이터의 국경 간 이전, AI 기반 설비 제어 오류 발생 시 법적 책임 구조 등도 함께 논의될 예정이다.
특별토론에서는 이지형 한국인공지능학회장 겸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국내 제조 강점과 피지컬 AI를 접목한 전략을 짚는다. 반도체 공장과 자동차 조립라인, 조선·플랜트 현장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제조 분야에 피지컬 AI를 어떻게 단계적으로 적용할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공정부터 중소 제조기업의 노후 설비까지 폭넓게 다룬다. 토론에는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장 수요와 기술 현실을 반영한 로드맵을 제안할 계획이다.
포럼 운영 주체 구성을 보면 피지컬 AI를 둘러싼 국내 생태계 윤곽도 드러난다. 행사는 NIPA가 주최하고 전북대, 한국과학기술원, 성균관대, 현대자동차,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리벨리온, 전북특별자치도 등으로 꾸려진 전북대 피지컬 AI 사업 컨소시엄과 한국인공지능학회가 공동 주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피지컬인공지능협회 등이 후원 기관으로 참여해 정부와 산업, 학계가 함께 생태계 모델을 설계하는 구조다.
특히 네이버클라우드와 SK텔레콤 같은 클라우드·통신 사업자,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컨소시엄에 포함된 점은 피지컬 AI가 단순 공장 자동화를 넘어, 클라우드와 전용 AI 칩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 인프라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피지컬 AI는 초당 수백만 건에 달하는 센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기에, 엣지와 클라우드를 오가는 분산 컴퓨팅 구조와 고성능 AI 칩이 필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에서는 이미 자동차, 전자, 물류 분야를 중심으로 피지컬 AI에 기반한 스마트팩토리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유럽과 미국의 일부 공장에서는 AI가 로봇 동선을 자동 최적화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설비 고장을 사전에 예측해 가동률을 높이는 사례가 등장했다. 국내 업계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관련 연구와 규제 프레임 구체화가 빨라지면 글로벌 경쟁 속도와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포럼과 연계해 19일에는 한국인공지능학회가 준비한 가이드 프로그램과 특별 세션이 먼저 열린다. 여기서는 학생과 연구자를 대상으로 피지컬 AI 핵심 개념과 연구 방법론이 소개되며, 학계와 산업계 협력 모델이 공유된다. 20일 본 행사에서는 기조강연과 특별토론에 이어 기술, 산업, 학문 분야별 전문 세션이 이어져 세부 응용 기술과 상용화 과제가 집중 논의된다.
전문가들은 피지컬 AI가 공장 자동화 수준을 넘어, 제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실제 현장 안전과 법 제도 정비, 중소기업 도입 비용 부담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산업계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피지컬 AI가 국내 제조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