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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비만인구 80% 중저소득국”…제네릭 약가인하가 시장 판도 바꾼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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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소득국가(LMIC)가 전 세계 비만 및 과체중 인구 급증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시장조사기업 아이큐비아(IQVIA)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비만 치료제 시장의 26%가 중저소득국에서 발생했으며, 2035년에는 지구촌 비만 인구의 약 79%가 이들 국가에 집중될 것으로 예측된다. 산업계는 이번 분석을 ‘비만 치료 시장의 글로벌 중심축 이동’으로 해석하며, 그 파급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이큐비아는 비만이 중저소득국에서 유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 인프라 미충족, 질병 인식 부족, 분산된 의료시스템 등으로 체계적 관리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세계 비만 관측소 조사에서는 여성 비만율 상위 50개국 중 절반 이상, 남성은 30% 이상이 중저소득국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브라질, 중국, 인도 등은 최근 4년간 비만치료제 시장이 59% 성장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글로벌 제약사의 주요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주요 변수로는 ‘세마글루타이드(상품명 위고비)’의 특허 만료와 이로 인한 제네릭(복제약) 진입이 꼽힌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당뇨·비만 치료에 쓰이는 GLP-1 계열 주사제 약물로, 기존 약제 대비 식욕억제 및 체중감량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향후 브라질, 인도, 중국 등 주요 중저소득국을 중심으로 제네릭 공급이 본격화되면, 약가가 기존 대비 최소 25% 이상 낮아지는 구조 개편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현지 보험급여 제도 및 공공의료 진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 확대의 또다른 동인은 복용 편의성과 인프라 대응력 강화다. 현재 파이프라인의 3분의 1은 알약 형태의 경구제이며, 월 1회 이하로 투여 가능한 장기지속형(GLP-1 LA) 주사제도 2026~2027년 내 상용화가 예상된다. 기존 주사제 대비 콜드체인(저온유통) 인프라 부담이 줄고, 복약 순응도도 높아 외딴 지역 등 의료 접근성이 열악한 환경에 대안이 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기술 혁신을 통해 인프라 제약을 뛰어넘는 포괄적 치료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 구도 역시 급변하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는 이미 비만치료제의 보험급여화와 제네릭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고, 중국, 인도 등도 공격적인 로컬 제조사 진입과 정부 주도의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콜드체인, 디지털 헬스케어, AI 기반 환자 데이터 관리 등 IT·바이오 융합 기술이 시장에서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

 

규제와 제도 개선 측면에서는 약물경제성 평가, 필수의약품 등재(EML), 보험급여 확대가 최대 과제로 꼽힌다. 보고서는 정부-기업-다자기구-의료진 간 협력과 인프라, 문화적 요인, 데이터 관리 등이 결합된 다층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제의 대중화는 약값 인하의 효과와 함께 제도적 장치가 병행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시장 구조 전환이 실제 비만 치료제의 접근성을 높이고, 향후 10년간 글로벌 헬스케어 지형 자체를 바꿀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 혁신과 윤리, 규제 환경의 균형이 산업 발전의 핵심 조건이 될 전망이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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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소득국#세마글루타이드#비만치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