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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원료 중국 의존 심각”…국내 생산거점 육성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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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원료 중국 의존 심각”…국내 생산거점 육성 시급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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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의 핵심 원료의약품이 중국에 심하게 쏠려 있어 팬데믹이나 국제 공급망 차질 시 국내 환자 안전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산업계에서 나왔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3년 25.6%에 그치며, 특히 페니실린·세파계 항생제 원료의 국산화가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업계와 정책당국은 이대로라면 ‘의약품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박완갑 종근당바이오 대표이사는 국회 토론회에서 “핵심 항생제 중간체(6-APA, 7-ACA) 생산거점 7곳 중 5곳이 중국에 몰려있다”며 “팬데믹 상황에서 부품·원료 단일국 의존 심화는 가격 급등, 공급 단절, 환자 생명 위협으로 직접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파계 및 페니실린계 항생제는 폐렴, 중증 감염 등 국내외 의료 현장에서 수요가 매우 높은 품목으로 공급 불안이 즉각 보건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항생제 원료 시장은 완제의약품 대비 성장세가 더디고, 국내 시장은 역성장까지 겪으면서 산업 기반이 취약해졌다. 정부의 생산거점 보조금, 장기 수요처 확정 등 실질적 인센티브 없이는 글로벌 공급망과의 경쟁에서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일본, 오스트리아 등은 보조금과 장기계약을 통해 원료 생산 설비를 전략적으로 ‘국가 관리 품목’으로 육성한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국가필수의약품은 473종에 달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공급 불안으로 인한 환자 치료 차질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국가 보건안보와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해서는 한시적 대응보다 ‘지속 가능한 전략’ 구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의료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설비투자, 첨단 공정, 품질혁신 등 ‘K-원료의약품 공급망’ 지원 정책 강화를 주문했다. 하나제약 이삼수 사장은 제약사 품질혁신을 위한 QbD(의약품 설계기반 품질고도화)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LG화학 소진언 CMC연구소장은 첨단공정 인프라와 세제, 보조금 등 실질적 지원 없이는 시장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책 당국 역시 팬데믹 상황에서 경험한 의약품 생산·공급 기반의 취약점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부-민간 협업 확대와 R&D, 수출지원 등 전방위 대책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업계는 “국내 생산기지 육성이 곧 국가 보건안보의 핵심”이라며 실질적 투자·제도 개혁을 통한 국내 공급망 안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는 이번 논의가 실제 정책·예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지원 정책, 시장 및 안보 간 균형이 ‘K-제약 공급망’ 혁신의 관건이 되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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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갑#국가필수의약품#원료의약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