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ICBM 화성-20형 등장”…김정은, 열병식서 핵전략무기 과시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공개하며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석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전략무기 과시와 함께 중국, 러시아 등 주요 비서방 동맹국 고위 인사들이 나란히 자리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강의 핵전략무기체계인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20'형 종대가 주로를 메우며 광장에 들어섰다"며 "관중들의 열광의 환호가 고조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달 신형 대출력 고체엔진 생산 계획을 알리며 해당 엔진을 화성-20형에 사용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번 열병식에선 실제로 화성-20형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화성-20형은 다탄두 ICBM으로 개발돼 여러 표적을 동시 타격하고, 미사일 방어망 회피 능력을 크게 확보한 점이 주목된다. 극초음속활공미사일과 중장거리 전략미사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600mm 방사포 등 최신 무기체계도 대거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략무기체계들이 지심을 울리며 광장에 진입했다"며 극초음속 미사일과 무인기, 자주포 등을 언급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외에도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등이 주석단에 함께했다. 북한 병력 중 러시아 쿠르스크 파병 부대가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를 들고 행진하는 광경도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러시아 등 다극화 연대가 이번 열병식을 통해 명확히 부각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우리 군대는 적을 압도하는 정치 사상적, 군사 기술적 우세로써 위협들을 소멸하는 무적의 실체로 계속 진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화국 정부는 강위력한 혁명무력과 함께 부정의와 패권을 반대하고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진보적 인류의 공동투쟁에서 책임을 다할 것임을 확언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미국과 한국을 직접 겨냥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 대미 신호 수위를 조절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찰정보총국 종대 등 북한의 대남·대외 군 조직 개편 성과 역시 과시됐으며, 155mm 자행포 등 재래식 전력도 대규모로 등장했다. 북한은 2015년과 2020년의 기념식에 비해 올해 더욱 대규모로 외빈을 초청했고, 김 위원장은 사흘 전 당창건사적관 연설 및 무장장비 전시회도 직접 열어 외빈에게 북한 무기를 홍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외신은 이번 열병식이 한반도를 넘어 북중러 진영의 결속과 대미 전선 강화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남북, 미북 간 긴장 고조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잇따랐다. 

국방부는 "북한의 전략무기 전시는 국제 안보질서 위협 행위"라며 필요시 한미 확장억제 대응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정부는 북중러 연대 움직임에 예의주시하며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는 한편, 향후 대북 정책 방향을 다각도로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