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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개선 없인 대규모 투자 어렵다"…최태원, 국민의힘에 입법 지원 요청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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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를 앞두고 규제 개혁을 둘러싼 재계와 여당의 이해가 맞붙었다. 대규모 투자와 입법 지원을 요구하는 경제계와, 성장 전략과 민생 법안을 병행해야 하는 국민의힘이 한자리에 모이며 정치권 논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과 경제 현안 정책 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그동안 있었던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국회 입법 논의에 앞서 기업 애로사항을 직접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최태원 회장은 세계 경제 환경 변화 속도를 강조하며 규제 개선의 시급성을 부각했다. 그는 "앞서가는 퍼스트 무버들도 전례 없는 방식과 규모로 미래를 준비하는데, 대한민국은 어떤 성장 전략을 무기로 이 정글 같은 시장을 돌파할지 고민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달 말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최고경영자 CEO 서밋에서 여러 글로벌 기업들과 소통하면서 우리를 둘러싼 경제 환경이 예상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며 "국제 무대의 게임과 룰, 상식이 다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자국 중심 정책과 보조금 경쟁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완벽하게 자국 중심의 정책이 대세가 되고, 각 나라는 자국 기업을 밀어주기 위해 기존에 없었던 정책들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주요 빅테크들은 인공지능 AI에서 수천억 달러에서 많으면 조달러 단위의 투자를 발표하는 등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투자 여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 개편과 입법 지원을 직접 요청했다. 최 회장은 "우리도 대규모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도록 관리하는 제도를 조정하고 기업 활동을 뒷받침할 입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당 차원에서 상법 보완 장치 마련과 AI와 첨단산업 지원, 상속세 관련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잘 처리되도록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는 이날 첨단 전략 산업 경쟁력 제고, 생산적 금융 활성화, 기업 경영 불확실성 해소, 위기 산업 사업 재편 지원 등 주요 입법 현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묶은 제22대 국회 입법 현안에 대한 상의 리포트 제언집을 국민의힘에 전달했다. 최 회장은 제언집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건네며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입법 과정에 적극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간담회에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주요 상임위원회 핵심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윤한홍 정무위원장, 임이자 기획재정위원장, 김은혜 원내정책부대표,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자리했다. 정기국회에서 경제 관련 법안 심사를 주도할 핵심 라인이 한 자리에 모인 셈이다.

 

경제계에서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박윤경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박주봉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이윤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배해동 경기도상공회의소연합회 회장 등 대한상의 회장단이 참석했다. 또한 이형희 SK 부회장, 하범종 LG 사장, 이태길 한화 사장, 한채양 이마트 사장, 허민회 CJ 사장, 유승우 두산 사장, 유재영 GS파워 사장, 최승훈 삼성전자 부사장, 이항수 현대자동차 부사장, 임성복 롯데지주 부사장, 양원준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송희준 HD현대 부사장, 박희돈 대한항공 부사장 등 주요 대기업 경영진이 함께했다.

 

재계가 상법, 상속세, 첨단산업 지원 법제 등 굵직한 쟁점에 대해 정기국회 초입부터 직접 목소리를 낸 만큼, 여야 간 입법 공방도 거세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규제 완화와 기업 투자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고, 야당은 대기업 중심 특혜 입법을 경계하고 있어 법안 심사 과정에서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

 

이날 간담회를 계기로 재계 요구가 국회 논의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올라선 만큼,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 심의 속도가 어느 정도 나올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는 정기국회 회기 동안 상법, 조세, 산업·금융 관련 법안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이며, 여야는 후속 간담회와 상임위원회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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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국민의힘#대한상공회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