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34 눈물의 비상”…우상혁, 세계선수권 은메달→부상 불굴 의지 빛났다
심장의 박동보다 더 빠르게, 역사의 순간이 육상장을 가득 채웠다. 2m34 센티미터를 마지막에 마주한 우상혁은 세 번의 시도 끝에 바를 넘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한계를 뛰어넘은 점프 안에는 지난 두 달 부상과 재활, 슬럼프를 이겨낸 집념도 함께 담겼다.
18일 오후, 김포공항 입국장에는 우상혁의 귀국을 직접 맞이하려는 팬과 대한육상연맹 관계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밝은 미소와 함께 등장한 우상혁의 목에는 세계선수권 은메달이 걸려 있었다. 환영식 현장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이어졌다.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치러진 이번 결선에서 우상혁은 2m20, 2m24, 2m28, 2m31을 모두 안정감 있게 넘었다. 2m34에서는 1, 2차 시기 실패, 마지막 3차 시기에서 “할 수 있다”는 셀프 토크를 소리 내며 기록을 세웠다.

결전은 해미시 커와의 2파전으로 이어졌다. 커 역시 같은 높이에서 극적으로 통과해 둘만의 승부가 벌어졌다. 우승자는 2m36에서 갈렸다. 우상혁이 1차 시기 실패, 커가 1차 시기 성공으로 금메달을 가져갔다. 우상혁은 남은 시기에 2m38 도전을 선택했지만, 끝내 바를 넘지 못해 은메달로 세계 무대를 마감했다.
이번 메달로 우상혁은 유진 대회(2022년)에 이어 세계선수권 2회 입상의 새 역사를 썼다. 2022년 2m35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우상혁은 이번에도 2m34를 넘어 국가 기록집의 한 장을 다시 썼다. 한국 육상이 세계선수권에서 따낸 3개 메달(은메달 2, 동메달 1) 중 무려 2개가 우상혁의 몫이다.
대회를 앞두고는 종아리 근막 손상으로 2주간 훈련을 중단해야 했다. 뜀틀 훈련조차 최소화할 만큼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으나, 복귀 후 2개월 만에 다시 세계 무대 정상에 섰다. 부은 발목과 체력 부담에도 우상혁은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을 보였다.
경기를 마친 뒤 우상혁은 “한국 최초의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2위였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행복한 점프였다. 앞으로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LA올림픽까지 멈추지 않고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내보였다.
한국 육상 대표 우상혁의 기록 행진과 부상 투혼은 팬들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으로 남았다. 곁에서 응원하는 목소리와 함께, 그의 다음 무대가 또 어떤 역사를 써낼지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