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망 마비, 배터리 작업 미흡 도화선”…행안부 국감서 시스템 관리 부실 쟁점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화재로 초유의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가 이어지면서, 14일 진행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산 시스템 관리의 총체적 부실이 집중 질타를 받을 전망이다. 이 화재는 5층 전산실에서 무정전 전원장치(UPS)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던 도중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채 분리작업이 이뤄져, 배터리 잔량 80% 상태에서 불꽃이 튀며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가이드라인은 UPS용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 시 30% 이하로 잔여 전류를 방전해야 한다고 명시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고는 단순한 현장 실수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 관리와 안전 규정 준수 미흡이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태로 대국민 서비스와 내부망을 포함한 709개 정보 시스템이 장애를 겪었고, 12일 오후 기준 복구율은 35% 선에 머물고 있다. 특히 전산실 보안을 이유로 소방당국의 화재 안전 점검을 국정자원이 거부해온 점, 사고 직후 작업자와 장애 시스템 수 발표가 번복된 점 등은 관리 체계 불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전원 차단 및 배터리 잔류 용량 관리 미흡, 작업 인력 통계 오차 등 기본 절차 통제에 대한 지적이 국감 질의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산망 이중화 구축 지연 역시 논란 소지가 크다. 정부는 2023년 말 전산망 장애 사고 후 이중화(dualization) 시스템 도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고 있고 관련 예산도 오히려 삭감됐다. 이는 데이터·서비스 중단시 시민 피해 확산을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적 리스크로 지목된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대형 공공 시스템에 이중화 및 자동백업 설비를 의무화하고 있어, 국내 정책의 현황과 차이를 대비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편, 장애 시스템 수 산출 및 대응 인력 발표 번복 등은 통합관리프로그램 ‘엔탑스’ 복구 전까지 전체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채 수동 관리에 의존한 결과로 보인다. 이는 IT 인프라의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여전히 불안정함을 시사한다. 더불어, 전산실 보안이 소방점검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점은 '물리적 안전'과 '정보보안' 모두를 아울러 통합 관리 감독 체계 수립의 필요성을 떠올리게 한다.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공공 IT 인프라의 이중화·자동복구·운영 매뉴얼 정비가 절실하다”며, 정보시스템 고도화와 안전관리 체계 강화가 정부 차원의 핵심 과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도적 미비, 예산·관리 인력 부족, 현장 관리자 교육 등 다층적 접근이 동반돼야 실질적 전산망 안전망 구축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산업계는 이번 국감에서 제기될 시스템적 문제들이 실제 혁신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