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정상에 오른 초클루”…스페인 전설 산체스 제압→1년 3개월 만에 우승
경기도 고양의 뜨거운 밤, 다시 밝힌 초클루의 이름은 팬들 기억 속에 깊이 새겨졌다. PBA 무대에서 가장 치열했던 순간, 무라트 나지 초클루는 가족을 떠올리며 큐를 쥐었다. 스페인 당구의 전설 다니엘 산체스를 상대로 한결같이 자신을 단련해온 기량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23일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우리금융캐피탈 PBA-LPBA 챔피언십 결승전. 초클루는 세트 스코어 4-1(15-12 15-11 15-8 6-15 15-4)로 산체스를 꺾고 PBA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은 2023-2024시즌 9차 대회인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경기의 흐름은 초클루에게 일찍부터 기울었다. 첫 세트부터 안정적으로 점수를 쌓아가던 그는, 산체스의 집요한 추격에도 흔들림 없는 침착함으로 세트를 연이어 가져갔다. 네 번째 세트에서 잠시 위기를 맞았지만 다섯 번째 세트에서 강한 집중력을 보이며 끝내 판세를 뒤집었다. 초클루의 승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오랜 시간 다져온 끈기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 초클루는 하나카드 팀 창단 첫 우승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최정상에 올라섰다. 시즌 개막과 동시에 팀과 개인, 두 곳에서 모두 성공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점이 그의 위상을 더욱 빛냈다. 초클루는 경기 후 “가족과 행복에 집중하며 큐를 잠깐 놓았지만, 다시 돌아오니 우승이 찾아왔다”고 솔직한 소회를 밝혔다. “김가영 선수와 함께 동반 우승을 이루게 돼 더욱 기쁘다”는 말도 더했다.
경기의 또 다른 주인공 황형범은 128강에서 애버리지 3.462를 기록하며 '웰컴톱랭킹'을 수상, 200만 원의 상금을 받아 신예다운 저력을 증명했다. 초클루는 과거 집안 형편 때문에 학업을 멈추고 택시·버스 운전사로 삶을 이어가며 당구선수의 꿈을 키웠던 이력이 있다. 2004년 유럽선수권 제패 후 PBA에 진출, 빠르게 정착하며 세미 사이그너와 나란히 튀르키예 대표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요한 승리의 무게, 그리고 팬들의 박수 속에서 초클루는 과거와 미래, 모두에 깊이 감사하는 모습이었다. 새로운 명장면이 써진 이 날의 기록은 오랜 사색과 여운을 남겼다. PBA는 고양 킨텍스에서 29일부터 하나카드 PBA-LPBA 챔피언십을 이어갈 예정이며, 또 한 번 새로운 영웅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