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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6, 18, 24, 40, 44”…13명 손에 쥔 21억의 행운, 로또는 오늘도 일상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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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6, 18, 24, 40, 44”…13명 손에 쥔 21억의 행운, 로또는 오늘도 일상을 흔든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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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 누군가는 기쁨에 얼이 빠진다. 요즘도 토요일 저녁이면 로또 당첨번호에 희비가 엇갈린다. 예전엔 그저 어른들의 도박쯤 여겨졌지만, 이제는 ‘로또 인증’이 직장인·주부·노년을 막론하고 생활의 일부처럼 스며 있다.

 

이번 7월 5일, 제1179회 로또 추첨에서 3, 16, 18, 24, 40, 44라는 여섯 숫자가 삶을 뒤흔들었다. ‘동행복권’에 따르면 1등 당첨자는 무려 13명. 각자 21억 6,282만원의 당첨금이 돌아간다. 세금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14억 4,909만원. 청약, 대출, 경기 침체에 일상이 무거운 시대, 누군가는 오롯이 지금을 견디는 이유로 ‘한 장의 로또’를 택했다. 그만큼 인증샷과 ‘당첨자 후기’가 SNS에서 끊이지 않는다.

제1179회 로또당첨번호
제1179회 로또당첨번호

이번 회차 1,150억 원이 넘는 판매금액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희망과 도전의 크기를 보여준다. 판매점도 다양하다. 자동, 수동, 반자동—서울, 인천, 경기뿐 아니라 천안과 구미, 전남 순천까지 고루 분포돼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실제 판매점엔 “당첨의 진짜 비결은 뭘까”, “자동·수동 논쟁은 끝이 없다”는 댓글이 이어진다.

 

최다 추첨번호를 챙기는 사람들도 늘었다. 34번, 12번, 27번처럼 자주 뽑힌 번호를 집요하게 연구하는 이들, 단골 판매점을 애정하는 이들이 섞여 있다. 전문가들은 “로또의 본질은 단순한 ‘운’이 아니라, 작은 모험에 스스로를 걸어보는 일상적 의식”이라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당첨자뿐 아니라 낙첨자에게도 그 순간은 새로운 한 주를 여는 ‘생활의식’처럼 남는다.

 

누적 9,681명 1등, 58,547명 2등. 평균 20억 안팎의 당첨금이 지난 22년간 반복됐다. “매 주 토요일, 숫자를 확인하는 짧은 떨림이 내 일상”이라 고백한 40대 직장인은 “떨어져도 이상하게 다음 주엔 또 사게 된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기자가 현장 판매점을 찾아가 보니, 중장년층뿐 아니라 20대 여성도 “로또로 주말 기분을 전환한다”며 무심코 번호를 뽑아 들었다.

 

이런 흐름은 숫자 너머 사람들의 마음을 비춘다. ‘로또’는 다시 오지 않을 행운만을 좇는 것이 아니다. 나만의 즉흥적 선택, 잠깐의 설렘, 함께 기대하는 순간 자체가 작은 휴식이 됐다. “로또는 소확행의 다른 얼굴”이라는 말도 더이상 낯설지 않다.

 

토요일 밤, 우리는 또 한 번 복권 용지를 들여다본다. 당첨이 아니더라도, 언젠가의 가능성과 일상의 대화 거리를 얻는다. 로또 한 장이 이끄는 작은 설렘, 그 안에서 우리 삶의 방향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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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당첨번호#동행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