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빈 껍데기 기공식으로 유권자 현혹”…민주 인천시당, 미추홀구 신청사 놓고 사전선거운동 공방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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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선거운동 의혹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인천광역시당과 인천 미추홀구청이 맞붙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지역 현안 사업을 둘러싸고 충돌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대형 공공개발 사업이 정치 쟁점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27일 성명을 내고 다음 달 3일 예정된 인천 미추홀구 신청사 기공식을 겨냥해 사전 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했다. 인천 미추홀구청을 이끄는 이영훈 구청장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 치적을 내세우기 위한 행사라는 주장이다.

인천시당은 성명에서 “미추홀구가 신청사 실시설계, 시공사 선정, 신청사 부지 내 청소년수련관 해체 허가 절차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기공식을 여는 것은 현 구청장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급조된 행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800억원대 공공사업에서 기본 절차조차 무시하는 것은 빈 껍데기 기공식을 통해 유권자를 현혹하려는 시도이며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당은 신청사 사업 구조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미추홀구가 올해 2월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자인 디씨알이와 신청사 무상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디씨알이가 2029년까지 공공기여금 2천억원 중 일부로 신청사 건립을 완료한 뒤 이듬해 기부채납을 하는 방식인 만큼, 공공기여금 산정과 협의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인천시당은 “미추홀구는 사전 선거운동 의혹을 자초하는 졸속 기공식을 철회하고, 디씨알이 공공기여금 산정 기준과 협의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당은 기공식 시기와 절차를 근거로 행사가 내년 선거를 겨냥한 정치 이벤트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는 셈이다.

 

미추홀구청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미추홀구는 신청사 기공식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청은 OCI의 자회사인 디씨알이가 지난 9월 신청사 건립을 위한 건축 허가를 신청했고, 구가 관련 부서 검토를 거쳐 지난달 31일 허가를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구청에 따르면 건축 허가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설계도서도 모두 확정됐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건축 허가를 승인하면서 설계도서도 모두 확정됐다”며 “기공식은 구청장을 홍보하기 위해 급조된 일정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지난 4월 구와 디씨알이가 체결한 미추홀구 신청사 건립 기본협약에서 올해 12월 기공식을 열기로 이미 협의했다며, 선거를 겨냥해 일정을 조정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대형 공공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지자체장과 중앙 정치권의 이해가 엇갈리는 구도가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개발 사업과 관련한 각종 착공·기공 행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관련 기관이 유사 사례에 대해 어떤 기준을 적용해 왔는지가 쟁점이 될 가능성도 크다. 법조계에선 실제 공사가 가능한 단계인지, 행사 내용에 선거운동적 요소가 포함됐는지, 사전에 정해진 일정이었는지 등이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날 인천 정치권은 미추홀구 신청사 기공식을 둘러싸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계속해서 행사의 철회와 협약 내용 공개를 요구하고 있고, 미추홀구청은 법적 절차를 모두 준수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향후 선거일정과 맞물린 각종 개발 사업 행사에 어떻게 선을 그을지, 국회와 선관위의 기준 정비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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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인천시당#미추홀구청#이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