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부당 명령 거부는 군인의 본분”…박정훈·조성현 등 11명, 국군의 날 정부 포상
헌법적 가치와 명령의 충돌 지점에서 군인의 양심이 강조됐다. 국방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당시 위법 또는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군인 11명에게 정부 차원의 포상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23일 밝혔다. 국군의 날을 맞아 이들에게 보국훈장 삼일장과 보국포장, 대통령 표창 등이 수여될 예정이면서 정치적 파장도 주목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포상 대상자는 박정훈 해병 대령, 조성현 육군 대령, 김문상 육군 대령, 김형기 육군 중령 등 11명이다. 박정훈 대령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서 상관의 민간 경찰 이첩 보류 명령을 거부하고 양심의 자유를 실천한 점이 이번 평가의 핵심 근거로 작용했다. 조성현 대령과 김형기 중령 등은 비상계엄 발령 초기 불법·부당 명령을 따르지 않아 국가적 혼란을 저지하고, 국회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한 공로로 선정됐다. 김문상 대령은 계엄 상황에서 특전사 병력의 국회 진입을 42분 지연시키며 국회 계엄 해제안 처리 시간을 확보한 부분이 주요 공적으로 꼽혔다.

국방부는 “정치적 중립 준수를 통해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 수호에 기여한 유공자를 제77주년 국군의 날 정기포상과 연계해 선정했다”면서 “이번 포상이 최초의 헌법 가치 수호 포상이라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담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포상 대상자는 국방부 공적심사위원회의 법률 및 학계 전문가 회의를 거쳐, 군 감사관실이 작전상황일지와 언론보도, 관련자 면담 등에 기반해 최종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포상자 중에는 육군 상사 1명이 보국포장을, 육군 소령 2명과 중사 1명이 대통령 표창을, 소령 1명과 대위 1명, 상사 1명이 국무총리 표창을 각각 받는다. 국방부는 이들이 출동부대 탄약 지급 지연 등으로 충돌 위험을 최소화하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것까지도 세밀하게 고려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군이 스스로 정치적 중립과 헌법 수호 책임을 되돌아보는 이정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향후 유사 상황에서 헌법 가치에 근거한 명령 불복 목소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기대도 있다.
국방부는 “위법·부당한 명령에 단호히 거부로 대응하는 참군인을 지속 발굴해 신뢰받는 군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정치권은 국방부의 이번 결정이 군 내부 규범 정립과 국민 신뢰 회복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