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최말자 눈물의 61년 저항”…정의의 이름→법정에 울린 환호와 눈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에 다시 등불이 켜졌다. 이야기꾼 장도연, 장현성, 장성규와 게스트 박선영, 웬디, 김남희는 18세 소녀 최말자가 대한민국 사법부와 61년간 맞선 길고도 깊은 투쟁의 시작과 끝을 다시금 생생하게 그려냈다. 작디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사건은 결국 한 여인의 삶을 뒤흔들었고, 그 흔들림은 우리 사회에 거대한 파문을 남겼다.
1964년 봄날, 경남 김해군의 적막을 깨운 건 억센 목소리와 억울한 시간들이었다. 강압에 저항하다 혀를 깨물었던 최말자는, 그날의 공포와 오해로 아프게 구금됐다. 가장 슬픈 역설은 피해자인 최씨가 법정의 피고인으로 서게 됐고, 모두가 등을 돌리던 사회와 사법의 벽에 몸을 맡긴 6개월의 옥살이였다. 그 사이 어린 소녀의 진실은 의심과 편견의 언어로 짓눌렸고, 숨 가쁘게 교차하는 증언 속에서 법정의 신뢰는 남성에게 더 쉽게 기댔다.

재판부와 검사는 조롱 섞인 말로 상처를 더했고, 최말자는 절규했다. "이 개새끼야! 왜 거짓말을 하냐"는 외침은 인정을 갈구하는 절박함이었지만 세상은 모른 체 했다. 결국 1심의 유죄 판결은 나락처럼 떨어졌고, 항소도 하지 못한 채 세월은 흘렀다. 피해자로서 싸웠던 그 손은 너무도 오래 닫혀 있었다. 그 뒤로 남은 것은 조롱과 죄인이라는 낙인이었다.
그러나 진실은 땅에 묻혀도 살아남았다. 무거운 시간을 건너 2020년 최말자는 재심을 청구했고, 수차례 기각의 아픔도 감내했다. 법정에 새벽이 찾아온 때는 2024년 겨울, 대법원은 "불법 구금 가능성, 신빙성 있는 진술"이라는 판단을 내놨고, 2025년 부산고법 재심 개시로 흐름이 바뀌었다. 검찰은 과거를 반성하며 드디어 "최말자님"이라 부르며 사죄문을 읽었다. 이 모든 시간이 무죄라는 두 글자를 위한 기다림이었다.
9월 10일, 무죄를 알린 순간 법정은 박수와 환호로 가득했다. "최말자가 이겼습니다"라는 한껏 격한 목소리는 억울함에 수놓인 61년 싸움의 종지부였다. 자신의 영광을 모든 피해자에게 돌리고, 계란으로 바위를 칠지라도 자신의 진실을 외쳤던 최말자는 이제 희망의 이름이 됐다.
이례적으로 피해자 진술만으로 재심이 개시된 이번 무죄 판결은 한국 사회에 기록될 중요한 법리이자, 성폭력 피해자의 저항권을 다시 묻는 근본적 질문으로 남았다. 변호인단과 7만 명 시민이 함께 붙잡은 손길, 그리고 방송을 통해 드러난 장도연, 박선영, 웬디의 울림은 정의의 가치와 그 숭고함을 더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SBS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