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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동굴, 고즈넉한 누각”…삼척에서 만난 자연과 시간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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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동굴, 고즈넉한 누각”…삼척에서 만난 자연과 시간의 여행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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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연 속에서 쉰다’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먼 길을 떠나는 게 부담이었지만, 지금은 오롯이 자신을 위해 조용한 여행을 택한다. 삼척에는 그러한 사람들을 위한 멈춤과 새로움이 있다.

 

강원도 삼척시는 바다와 산, 두 자연의 품에 안긴 도시다. 이곳에서 경험하는 환선굴은 마치 다른 세계를 걷는 기분을 준다. 남한 최대 규모의 노년기 동굴로, 총 6.5km에 이르는 내부는 깊은 지하에서부터 시작되는 시원한 물소리와 종유석, 웅장한 석주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동굴을 따라 정비된 탐방로를 걷는 일만으로도 오감이 깨어난다. 천연기념물 제178호에 빛나는 대이동굴지대는 학술적으로도 소중하다. “자연이 이토록 완벽한 조형물임을 직접 눈으로 보니, 다른 말이 필요 없다”고 방문객들이 표현한 이유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삼척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삼척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국내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삼척은 동굴 관광과 고전 누각 명소가 어우러진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SNS에서는 ‘환선굴 입구 인증샷’과 ‘죽서루 석양 뷰’가 연일 올라온다. 코로나19 이후 ‘한적한 자연을 즐기려는 트렌드’도 이 성장의 바탕이 됐다.

 

죽서루는 삼척의 또 다른 상징이다. 관동팔경 중 하나로, 오십천 절벽 위 누각에 서면 발 아래 탁 트인 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 질 녘이면 강과 하늘이 붉게 물드는 풍경에 저절로 마음이 머문다. “고즈넉한 풍광을 누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이 가장 귀하다”는 여행자의 고백이 공감받는 이유다.

 

삼척 미로면의 천은사에선 또 다른 평온을 만난다. 산중에 자리한 천은사는 맑은 공기와 새소리, 숲길이 이어져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쉼이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문화해설사는 “삼척의 깊이는 자연과 전통, 그 사이의 여백에서 온다”고 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동굴 지하의 시원함이 아직도 그립다”, “죽서루 전망대에서 본 풍경이 잊히지 않는다” 등 지나친 정보보다 감각과 감정에 집중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다 보니 ‘혼자 떠나는 동굴 여행’이나 ‘부모님과 누각 산책’이 평범한 일상이 됐다.

 

삼척의 명소들은 단지 관광지가 아니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자연과 시간, 그리고 나 자신을 만나는 이 느린 걷기가 삶의 리듬을 바꿔주는 기호가 돼간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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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환선굴#죽서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