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차례 불꽃 한일전”…홍명보·모리야스, 동료이자 숙명의 라이벌→월드컵 꿈 재점화
거친 숨결이 서린 경기장, 한일전의 역사는 언제나 긴장과 열정으로 물들어왔다. 손끝에 감도는 승부의 냉기, 그리고 두 나라 축구를 이끌어온 지도자의 말 한마디마다 오랜 서사와 감정이 스며든다. 최초의 맞대결부터 81번의 승부까지, 홍명보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대담은 양국 축구팬의 기억과 자부심을 더욱 뜨겁게 자극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특별 대담이 일본 교도통신을 통해 공개됐다. 홍명보 감독과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56세 동갑내기로, 1992년 베이징 다이너스티컵에서 처음 선수로 마주한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당시 0–0 무승부로 끝난 첫 한일전 이후, 두 감독은 선수와 동료로 여러 무대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홍명보 감독은 “일본이 발전하는 시기, 모리야스 감독의 헌신적인 플레이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고, 모리야스 감독은 “한국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라며 상대에 대한 존중을 표했다.

한일전 전적 역시 특별함을 더한다. 양국은 지금까지 총 81경기를 치렀고, 이 중 한국이 42승 23무 16패라는 우위를 지켰다. 1993년 카타르 도하에서의 미국 월드컵 예선전, 이른바 ‘도하의 기적’과 ‘도하의 비극’ 장면은 양국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역사로 남았다. 이날 한국은 북한에 3–0으로 승리하며 월드컵 진출권을 거머쥐었고, 일본은 막판 이라크의 동점골에 발목이 잡혀 본선행이 좌절됐다.
감독들은 각자의 커리어에서 가장 인상 깊은 한일전 경기를 꼽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은 1993년 도하 패배, 1997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에서의 승리, 그리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을 꼽았다. 모리야스 감독 역시 1998년 예선 한국 원정 승리와 런던 올림픽 3·4위전을 기억한다고 했다.
지도자로서 두 사람의 철학은 ‘희생’과 ‘헌신’에서 만난다. 홍명보 감독은 유럽 강호와 경쟁에서 팀파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모리야스 감독 역시 선수들 개개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팀을 위해 헌신할 자세를 중시한다고 밝혔다. 두 사령탑 모두 각각 2003년, 2004년에 현역에서 은퇴한 뒤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아 미래를 향한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
다가오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대한 포부도 드러냈다. 이번 대회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세 나라에서 공동 개최되며, 본선 참가국도 48개국으로 늘어난다. 한국은 12번째, 일본은 8번째 월드컵에 나서는 가운데, 양국 모두 8강 이상의 성적을 내걸고 담대한 도전을 예고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꿈은 크게, 월드컵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다”며 한국의 2002년 4강 진출 사례가 심리적 전환점이 됐음을 고백했다. 홍명보 감독 또한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결승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경쟁과 우정, 라이벌 의식과 동료애. 모리야스 감독이 “한국 축구는 동료이자 라이벌”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그는 정보와 경험의 교류, 아시아 축구의 동반 성장을 기대했다. 홍명보 감독 역시 “한일 월드컵, 일본에서의 경험이 나를 성장시켰기에 양국의 협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화답했다.
숙명의 라이벌전, 그 안에 담긴 인간적인 교감과 아시아 축구의 미래에 대한 응원. 서로를 존중하는 두 지도자의 시선은 여전히 내일을 향해 있다. 팬들의 기억과 바람이 교차하는 경기장의 정적, 이 마음은 오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결승 무대까지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