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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크루즈 전기 플래그십”…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초장거리 럭셔리 SUV→한국 시장 정조준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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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모터스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이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 에스컬레이드를 순수 전기 SUV로 재구성한 에스컬레이드 IQ를 국내 시장에 내놓고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럭셔리 기준 제시에 나섰다. 에스컬레이드 IQ는 국내 판매 차량 가운데 처음으로 GM의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슈퍼크루즈를 적용하고, 초대형 차체와 739킬로미터 주행 가능 거리, 3천374리터 적재 공간을 결합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캐딜락은 서울 강남구 복합 문화공간 앤헤이븐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에스컬레이드 IQ를 20일부터 국내에서 본격 판매한다고 밝혀, 고급 전기 SUV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예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스컬레이드 IQ는 1998년 등장한 내연기관 에스컬레이드의 대형 SUV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캐딜락의 세 번째 전기차로서 얼티엄 기반 전동화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는 프리미엄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도입되며, 전장은 5천715밀리미터, 휠베이스는 3천460밀리미터에 달한다. 전폭 2천55밀리미터, 전고 1천935밀리미터로, 전기 SUV 가운데 최상위급 차체 스케일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차 중량은 4천210킬로그램으로 일반 전기차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지만, 공간 활용력을 극대화한 설계가 특징이다.  

슈퍼크루즈 탑재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국내 출시
슈퍼크루즈 탑재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국내 출시

전면부에는 345리터 용량의 e-트렁크가 자리하고, 후면 적재 공간은 기본 668리터에서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을 경우 3천374리터까지 늘어나 대형 양문형 냉장고 4대 분량에 해당하는 수납력을 제공한다. 대형 SUV 고객층이 요구하는 다인승 탑승과 대용량 적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점에서, 패밀리 고객과 쇼퍼 드리븐 수요를 포괄하는 전략적 패키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동화 핵심은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 얼티엄 셀즈에서 생산되는 205킬로와트시급 대용량 NCMA 배터리다. 이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을 조합해 에너지 밀도와 내구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설계됐으며, 국내 인증 기준 복합 739킬로미터, 도심 776킬로미터, 고속도로 692킬로미터 주행 가능 거리로 측정됐다. 현재 국내에 소개된 대형 전기 SUV 가운데 최장 수준의 수치를 기록해, 주행 거리 불안을 최소화하려는 프리미엄 고객층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충전 기술 역시 상위권 스펙을 제시했다. 에스컬레이드 IQ는 800볼트 초급속 충전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최대 350킬로와트 충전 속도를 지원하며, 제조사 측 설명에 따르면 10분 충전으로 최대 188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다.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충전 인프라 성능과 온도 조건에 따른 변동이 불가피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 중심의 장거리 이동 패턴에 적합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동력계는 듀얼 모터 사륜구동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성되며, 최고 성능을 지향하는 벨로시티 모드 적용 시 최대 750마력, 108.5킬로그램미터의 토크를 발휘한다. 4톤이 넘는 공차 중량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출력 수치를 확보함으로써, 가속 성능과 고속 주행 여유를 중시하는 전통적 에스컬레이드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주행 성능과 승차감을 담당하는 핵심 하드웨어로는 캐딜락의 시그니처 기술인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4.0이 탑재됐다. 자력 유변액을 활용한 이 전자제어 댐퍼는 도로 상태를 초당 1천회까지 감지해 감쇠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여기에 에어 라이드 어댑티브 서스펜션을 결합해 차고 조절과 노면 충격 흡수를 병행한다. 대형 전기 SUV 특유의 높은 질량에도 민첩한 차체 제어와 정교한 승차감을 조화시키려는 설계 방향이 읽힌다.  

 

에스컬레이드 IQ의 가장 눈에 띄는 차별점은 슈퍼크루즈 기술의 국내 첫 적용이다. 슈퍼크루즈는 운전자가 전방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는 조건 하에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도 차량이 차선 유지, 차량 간 거리 조절, 자동 차선 변경까지 수행하는 핸즈프리 주행 보조 시스템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신호등이 없는 약 2만3천킬로미터 구간의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에 대해 정밀 지도와 센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가 지원되고 있으며, 향후 지도 업데이트와 규제 개선에 따라 적용 구간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도심 기동성 강화를 위한 후륜 조향 기반 어라이벌 모드도 대형 SUV 운용성을 바꾸는 기술로 주목된다. 이 기능은 앞바퀴와 뒷바퀴의 조향을 조합해 차체가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구현함으로써, 평행주차 구간이나 폭이 좁은 골목에서의 진입과 이탈을 수월하게 돕는다. 전통적으로 대형 SUV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협소 공간 활용성을 기술적으로 상쇄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실내는 플래그십 포지셔닝에 걸맞게 디지털과 소재 감각을 결합한 구성이 돋보인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아우르는 55인치 커브드 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보조 정보 영역을 하나의 파노라마 화면처럼 통합했으며, 1열과 2열 위를 길게 가로지르는 파노라마 고정식 글라스 루프가 채광과 개방감을 높인다. 음향 시스템은 38개 스피커로 구성된 AKG 스튜디오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국내 캐딜락 전기차 가운데 처음으로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해 공간 음향 효과를 극대화했다. 전동화 시대에도 고급차 고객이 중시하는 정숙성과 오디오 품질을 차별화 핵심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에스컬레이드 IQ는 기술과 상품성을 이미 해외에서 검증받고 있다. 미국 현지 시각 18일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는 에스컬레이드 IQ를 올해의 SUV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사전 구매 기간 올해 공급분이 전량 예약 마감되면서 초기 수요가 확인됐고, 시장에서는 고가 전기 SUV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수용성이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공급 물량과 서비스 인프라 확충이 브랜드 신뢰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명옥 한국지엠 최고마케팅책임자 겸 커뮤니케이션 총괄 전무는 에스컬레이드 IQ가 전동화 시대에도 변함없는 캐딜락의 가치와 에스컬레이드의 본질을 고객들이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에스컬레이드 IQ가 한국 고급 전기 SUV 시장에서 브랜드 플래그십 역할을 수행하면서, 슈퍼크루즈와 어라이벌 모드, 초장거리 주행 등으로 전동화 전략의 기술적 상징성을 강화하는 한편, 후속 전기 모델군으로의 기술 확산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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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드iq#캐딜락#슈퍼크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