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첫 동네 태백”…고원의 청명함 속 느리게 쉬는 여행, 그곳에서 얻는 위로
요즘은 해발 고지대의 맑은 공기와 고요함을 찾아 태백을 여행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멀고 험한 산골로만 여겨졌지만, 이제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특별함이 일상의 쉼표가 돼준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여행의 태도가 담겨 있다. 대표적인 장소로 꼽히는 몽토랑산양목장에서는 드넓은 초지와 산양들의 평화로운 풍경에 시선이 머문다. SNS에서는 신선한 산양유 아이스크림을 배경으로 한 인증샷이 꾸준히 공유된다. 직접 갓 짜낸 산양유로 만든 빵을 맛보며 카페 앞에서 여유를 즐기는 이들이 고원의 하루를 만끽한다. 누군가는 “여기가 정말 한국이 맞냐”며, 유럽의 한 마을 같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강원지역 관광객 집계에 따르면, 태백을 찾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지난해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특히 자연 체험, 동굴 탐방, 목장 견학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다. 태백은 과거 석탄 산업의 도시였으나, 최근엔 생태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용연동굴로 발걸음을 옮기면, 800미터에 달하는 동굴 탐방로에서 거대한 종유석과 석순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여름에도 서늘한 공기 덕분에 무더위가 싹 가시는 기분”이라는 후기가 많다. 지질학적 가치와 자연미 때문에 가족 여행객, 사진 애호가 모두가 즐겨 찾는다.
구문소농촌체험휴양마을에서는 마을 둘레길을 걷거나, 구문소와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과 직접 고추장 만들기, 지질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부모들은 “정보와 체험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라 느꼈다. 커뮤니티에서는 “딱딱한 역사 공부가 아니라, 직접 걷고 만지며 알게 돼서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전문가들은 자연에 기대어 재충전하는 현상을 ‘일상의 속도 조절’이라 말한다. 한 여행 칼럼니스트는 “고원 태백에서는 평소와 다른 리듬으로 살아볼 용기를 얻게 된다”며 “자연이 주는 위로와 휴식의 진심을 경험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태백의 고원 풍경, 목장 산책, 동굴 속 서늘함, 농촌의 소박한 체험 모두 하나의 쉼표가 돼 돌아온다. 자녀와 손을 잡고 걷고, 자신만의 자연을 발견하는 여정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삶의 리듬을 조절하게 된다.
작고 사소한 낯섦이지만, 그 안에서 내 일상은 조금씩 달라진다. 고원 도시 태백에서의 하루는 결국, 나다운 여행을 묻는 또 하나의 해답이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