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천일고속 29.96% 급등…서울고속터미널 재개발 기대에 자산가치 테마 랠리

정하준 기자
입력

천일고속 주가가 서울고속터미널 재개발 기대를 타고 단기간에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월 중순 이후 상한가 랠리가 이어지면서 강남 핵심 부지 재개발에 따른 부동산 자산 가치 상승 기대가 본업 실적을 압도하는 구간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사업 구조와 일정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뉴스 흐름과 정책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1월 27일 장중 기준 천일고속 주가는 182,200원을 기록해 전일 대비 29.96% 급등했다. 최근 한 달간 3만 원대 후반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11월 19일을 기점으로 상한가 랠리에 진입해 18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10월 말 38,900원이던 종가는 11월 19일 49,200원 상한가를 기록한 뒤 24일 107,900원, 25일 140,200원, 27일 182,200원까지 계단식으로 상승해 한 달 수익률이 약 370%에 달했다.

천일고속[00065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천일고속[00065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주가가 단기간에 4배 가까이 레벨업되면서, 시장에서는 천일고속을 여객운송주보다 서울고속터미널 재개발 관련 부동산 자산가치 테마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졌다. 최근 한 달 주가 흐름의 핵심 변수는 서울고속터미널 재개발 이슈로, 투자자들은 재개발 계획의 구체화 수준과 사업 구조 설계가 향후 주가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6개월로 범위를 넓혀 보면 천일고속 주가는 5월 말 4만 원 안팎에 머물렀고 11월 초까지도 36,000~38,000원대 박스권에서 제한적인 등락을 반복했다. 이후 11월 중순 서울고속터미널 재개발 이슈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수직 상승해 6개월 최저가 36,850원 대비 4배 이상 레벨을 높였다. 현재 주가는 20일선과 60일선을 모두 크게 상회해 기술적 지표상 과열 신호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등을 촉발한 재료는 서울시와 서초구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를 최고 60층 규모 복합 랜드마크로 재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다. 천일고속이 서울고속터미널 지분 16.67%를 보유한 2대 주주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재개발에 따른 지분가치 재평가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동양고속과 함께 고속터미널 재개발 테마의 대표 종목으로 묶이면서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상한가 혹은 상한가에 준하는 급등이 반복됐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11월 19일 재개발 이슈가 처음 부각된 날 외국인은 45주를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3주 순매도에 그쳤다. 이후 구간에서도 공시 기준 외국인·기관 수급 규모가 크지 않아 실제 주가를 끌어올린 주체는 개인투자자 중심의 테마 수급으로 해석된다. 상한가 구간에서 매물이 잠기고 추격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제한된 유통 물량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전형적인 테마주 장세 양상이 관찰됐다.

 

동일 업종 내에서 천일고속의 최근 등락률은 이례적이다. 렌털과 여객운송, 출장 서비스를 영위하는 롯데렌탈, 쏘카, AJ네트웍스, 레드캡투어 등과 비교하면 천일고속은 29.96% 급등으로 두드러졌다. 반면 롯데렌탈은 1%대, 쏘카는 한 자릿수 상승에 그쳤고 AJ네트웍스와 레드캡투어는 소폭 하락해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시가총액은 천일고속이 약 2,604억 원으로 롯데렌탈 1조1,891억 원, 쏘카 3,793억 원 대비 작은 편이며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669위에 머무르는 소형주다. 외국인 지분율도 0.49%에 그쳐 수급 구조상 개인 중심 종목이라는 점이 확인된다.

 

다만 본업인 여객운송 실적은 개선 흐름이 뚜렷하지 않다. 천일고속의 연간 매출액은 2022년 377억 원, 2023년 440억 원, 2024년 447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4억 원, -51억 원, -53억 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순이익도 2024년까지 -42억 원 수준의 적자가 이어져 본업 수익 창출력이 미흡한 상황이다.

 

수익성 지표를 보면 영업이익률은 2022년 -19.66%, 2023년 -11.70%, 2024년 -11.78%로 마이너스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 ROE는 2022년 -19.21%, 2023년 -21.07%, 2024년 -25.32%로 오히려 악화됐다. 부채비율은 2022년 106.07%에서 2023년 187.23%, 2024년 279.81%로 빠르게 상승했고, 2024년 당좌비율은 16.66%까지 하락해 단기 유동성 부담도 적지 않다. 유보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점을 고려하면 자본 여력에 대한 보수적 평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천일고속은 적자 상태여서 의미 있는 PER 산출이 어렵다. 반면 BPS 기준 PBR은 3배 중반대로 추정돼, 부동산 자산가치와 재개발 기대가 상당 부분 주가에 선반영된 상태로 해석된다. 동일 업종 PER가 12.38배, 동일 업종 등락률이 4.10%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급등은 실적 기반 가치보다는 테마성 프리미엄 비중이 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애널리스트 투자의견과 목표주가가 공시된 자료가 없어 객관적 밸류에이션 판단에도 한계가 있다.

 

한국거래소는 급등세가 이어지자 천일고속과 동양고속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며 과열을 경고했다. 상대강도지수 같은 기술적 지표가 과열 구간에 진입한 데다 연속 상한가로 단기 차익 실현과 추격 매수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장중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남 고속터미널 랜드마크 재건 기대가 투자경고 신호를 상당 부분 상쇄하면서, 뉴스와 추정에 기반한 기대감이 실적이나 신규 사업 공시보다 앞서 작동하는 이슈 주도형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 전반을 놓고 보면 천일고속의 본업인 여객운송 사업은 고금리와 비용 부담 속에서 수익성 회복에 제약을 받고 있다. 내수 경기 둔화, 운송 수요 구조 변화, 인건비와 유류비 상승 등이 겹치며 운송업 전반의 마진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시장은 서울고속터미널 재개발을 통해 비핵심 자산이었던 터미널 지분이 장기 현금창출원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재개발 이후 상업, 업무, 숙박 등 복합 기능이 더해질 경우 임대수익과 자산가치 상승이 본업 부진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모습이다.

 

다만 재개발 프로젝트는 용적률과 층수, 사업 주체, 수익 배분 구조, 인허가 절차, 공사 일정 등이 확정되지 않은 초기 단계다. 재개발 계획의 공식화와 파트너 선정, 금융 조달 구조 확정, 착공 타임라인 등 구체적 이정표가 제시되지 않을 경우, 현재 주가에 반영된 기대 프리미엄의 조정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정책 방향, 금리 수준, 상업용 부동산 경기 같은 외부 변수 역시 장기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망 측면에서 단기 1개월 구간에서는 재개발 뉴스 모멘텀과 투자경고 지정 이후 수급 흐름이 핵심 변수다. 단기적으로 상한가가 해제되는 구간에서 14만 원대 전후에 형성된 최근 매물대 소화 여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가격대가 지지되면 18만 원대 상단 재시도가, 지지에 실패할 경우 10만~12만 원대까지 가격 조정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견해가 병존한다. 중기 6개월 시계에서는 재개발 계획 구체화 수준, 부동산 시장 환경, 회사 재무 구조 관리 능력이 주가 레벨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천일고속이 코스피 소형 테마주에 가깝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만큼, 재개발 이슈 강도에 따라 주가가 과도하게 출렁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부채비율과 유동성 지표 악화 속에서 추가 투자나 자금 조달이 필요해질 경우 재무 리스크 부각 가능성도 지적된다. 향후 서울고속터미널 재개발의 공식 계획 발표 시기와 구체적 사업 구조, 부동산·금융 정책 변화가 주가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하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천일고속#서울고속버스터미널#강남재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