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스리랑카 편” 숨 막힌 지하와 나무 위 50미터→몸이 기억한 한계 너머 빛
쨍한 이른 아침 공기 속, EBS ‘극한직업’이 카메라를 향해 던진 첫 장면에는 진흙과 땀, 잠 못 든 새벽이 교차하는 사람과 땅의 서사가 서려 있다. 스리랑카 곳곳, 땅속 깊이와 하늘 높이 오르는 이들의 노동은 영롱한 보석에 담긴 빛만큼이나 값지고, 씁쓸한 전통주 한 방울에 담긴 고독한 용기만큼이나 아릿하다. 한계를 초월해야만 일상이 이어지는 극한의 삶, 그 하루는 작은 숨결조차 소중해지는 순간 순간으로 채워진다.
광산 도시 라트나푸라의 광부는 14미터 아래, 산소 부족과 숨 막히는 어둠 속에 익숙하다. 다섯 명씩 팀을 이뤄 살아있는 듯한 숨소리로 서로를 확인하며, 젖은 흙더미 위로 쓰러질 듯 향하는 땀방울은 곧 내일의 희망을 꿈꾼다. 지상 동료가 내리는 산소 호스는 생과 사를 가르는 유일한 줄이다. 그러나 이 가느다란 숨결을 타고, 그들은 더 나은 삶이라는 무게를 메고 묵묵히 흙을 퍼올린다.

그렇게 힘겹게 퍼올린 땅의 조각은 다시 한 번 차가운 물 위에서 새로운 운명을 기다린다. 베테랑의 손길이 토사의 결을 읽고, 채를 돌릴 때마다 혹시나 빛나는 보석이 빠져나갈까 긴장이 스민다. 매순간 반복되는 노동 뒤에는 물벼락과 지반 붕괴 같은 위험도, 사라질 듯 아슬아슬한 삶의 긴장감도 공존한다.
이들의 일상은 바다보다 깊고, 숲보다 높다. 50미터 야자수 위로 오르는 채취꾼은 올해로 40년째, 도구 하나 없이 맨몸으로 사투를 벌인다. 발바닥의 무수한 굳은살과 몸 곳곳의 상처는 생계를 위한 치열한 몸짓의 흔적이다. 언제 끊길지 모르는 나무 위 작은 발판에서 흔들릴 때마다, 채취꾼의 심장은 겁과 용기, 두려움과 희망을 번갈아 새긴다. 야자수액 단 한 방울에도 온 생애의 투지가 배어 있다.
동료들의 눈빛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 서로를 응원하는 손끝의 떨림까지. 스리랑카 국민의 일상에 스며 있는 소박한 술 라(Ra)에는 이른 새벽 고요와 농익은 땀방울, 맨몸의 뜨거운 시간이 담긴다. 아름답고도 위험한 생업 앞에서, 이들은 내일을 건네는 한 줌의 빛을 스스로 길어낸다.
지하와 지상, 밤과 낮, 두렵고 아픈 순간을 견뎌온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무르익는 희망으로 마무리된다. 땅속 깊은 어둠도, 초록 숲의 열대 더위도 이들에게 삶의 무게를 덜어주진 않았으나, 무엇보다 진한 연대와 위로가 남는다.
‘극한직업’ 864화는 스리랑카 보석 광부와 야자수액 채취꾼의 오랜 땀과 빛을 따라가며, 사람이 자연에 던지는 뜨거운 주름을 포착한다. 2025년 6월 28일 토요일 밤 9시, EBS1에서 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