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익산역 배제한 한반도 KTX 안” 익산시의회, 호남철도 축 약화 우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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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내륙을 관통하는 이른바 한반도 KTX 신설 구상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기되자, 전북 익산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호남 철도축에서 익산이 배제될 수 있다며 강하게 우려를 나타냈다. 호남선과 전라선의 결절점인 익산역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문제 제기다.

 

19일 익산시의회와 익산시애향본부 등에 따르면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과 여수를 잇는 신내륙철도 구상을 제안했다. 조계원 의원은 당시 회의에서 서울과 여수 간 이동 시간을 2시간 이내로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신노선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원 의원이 제시한 한반도 KTX 노선은 남서울에서 용인, 안성, 청주, 세종, 전주 동전주역, 남원, 구례, 동순천을 거쳐 여수까지 연결하는 총 315㎞ 구간으로 구성돼 있다. 조계원 의원 측은 이 노선이 완성될 경우 서울에서 여수까지 이동 시간이 2시간 이내로 단축되고, 청주국제공항 활성화와 세종시 행정 기능 보강 등 부수 효과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익산 지역에선 노선도에서 익산이 빠진 점을 두고 강력 반발이 나오고 있다. 호남선과 전라선, 장항선이 교차하는 호남철도 교통의 허브인 익산역이 내륙 고속축에서 제외될 경우, 장기적으로 지역 교통·경제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용균 익산시애향본부장은 "운행 시간 단축이 목적이라면 한반도 KTX 신설보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전북 유일의 신규사업으로 반영돼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전라선 고속화 사업을 최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이미 반영돼 있는 사업을 통해 노선 전체 효율을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김 본부장은 이어 "한반도 KTX 신설은 사업 자체가 불확실하고 예산도 얼마나 들어갈지 몰라 국가 철도축을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 타당성, 재원 조달, 기존 노선과의 연계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 고속축을 추진하면 기존 호남철도망이 분절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익산시의회에서도 우려가 잇따랐다. 박철원 익산시의원은 "한반도 KTX 신설안은 익산역을 배제하고 전주를 통해 여수로 가는 노선"이라며 "자칫 호남철도 중심지인 익산의 위상이 위협받을까 우려스럽다. 집행부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향후 시의회 차원의 입장 정리와 함께 중앙정부 및 국회와의 협의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사회에서는 한반도 KTX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호남권 내에서도 노선 선정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호남권 광역·기초자치단체들이 고속철도망 확충 과정에서 각자의 거점성을 두고 경쟁해온 만큼, 이번 논의가 또 다른 지역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와 국회 차원의 공식 입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다만 전라선 고속화 등 이미 국가 계획에 포함된 사업과의 정합성을 어떻게 맞출지, 또 한반도 KTX 같은 신규 축을 검토할 여지가 있는지에 따라 향후 논의 방향이 갈릴 전망이다.

 

익산시의회와 익산시애향본부는 한반도 KTX 논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필요할 경우 국토교통부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을 상대로 익산역 거점성 유지 방안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국회와 정부는 내년도 예산 심사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이행 과정에서 호남권 고속철도망 구상에 대해 보다 세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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