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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전쟁, 지워진 이름의 기록”…영화, 침묵의 시대를 열다→국가는 누구의 것인가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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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전쟁, 지워진 이름의 기록”…영화, 침묵의 시대를 열다→국가는 누구의 것인가 긴장 고조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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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체제의 검은 그림자에서,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한 이름들이 오래된 시간의 장막 너머 스크린에 드러났다. 영화 ‘망국전쟁 : 뉴라이트의 시작’은 해방 이후 단절과 침묵으로 이어진 한국 현대사의 심연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뜨거운 질문을 던진다. 이승만의 시대에 심어진 망각의 씨앗, 그리고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권력의 이면까지. 영화는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다시 쓰이는 역사의 무게를 알린다.

 

관객은 다큐멘터리적 시선이 교차하는 장면마다 곳곳에 남아 있는 친일의 잔재, 고개 숙인 민주주의, 그리고 침묵으로 일관된 기득권의 시간을 발견하게 된다. 스크린 위에서 복원되는 실재의 자료화면과 생생한 인터뷰는, 개인을 넘어 구조적 모순으로 누적된 역사적 단절의 실체를 서늘하게 고발한다. 한 장면 한 장면, 망국의 그림자 위에 쌓인 침묵들은 이제 더 이상 방관의 구실이 될 수 없음을 웅변한다.

영화 ‘망국전쟁 : 뉴라이트의 시작’
영화 ‘망국전쟁 : 뉴라이트의 시작’

가장 큰 파장은 ‘국가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에서 나온다. 영화는 단지 진실의 조각을 잇는 다큐멘터리를 넘어, 현실 정치의 질곡과 기억의 왜곡을 곱씹게 한다. 각기 다른 시점과 인물들의 교차 서사는 이승만에서 출발해 오늘의 권력자 윤석열에 이르는 긴 궤적을 제시하며, 잊혀진 얼굴마다 누적된 윤리적 책임을 소환한다.

 

다채로운 화면 구성 역시 감정보다는 이성과 숙고를 자극한다. 화려한 시각적 효과 대신 단단한 서사와 대담한 편집의 묵직함으로, 영화는 관객의 양심과 사유를 한층 깊이 흔들어놓는다. 91분의 러닝타임 동안 국가와 시민, 권력과 망각 사이의 틈은 점점 선명하게 드러난다. 과거를 건너 현재로,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며, 이 시대의 관객 모두가 직접 역사의 한 조각이 돼가는 숙명을 체감한다.

 

주식회사 한류역사문화티브이의 제작으로 완성된 영화 ‘망국전쟁 : 뉴라이트의 시작’은 2025년 7월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인 본 작품은, 망각 속에 남겨진 국가와 권력의 윤리적 책임을 어디까지 복원하고 새길 수 있을지, 그 무거운 질문을 오늘의 관객에게 내놓는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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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전쟁#이승만#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