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역전 드라마”…정현·권순우, 데이비스컵 승전보→본선 진출 꿈 품다
강원도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을 메운 관중들의 숨소리마저 긴장으로 응축된 밤, 정현과 권순우가 이루어낸 역전의 스토리가 코트를 뜨겁게 달궜다. 한국 대표팀은 세계 랭킹 19위 알렉산드르 부블리크가 포진한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위기마다 뚝심을 발휘하며 3-1로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팀을 이끄는 두 선수의 투지가 남긴 승리는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겼다.
데이비스컵 월드그룹 1 예선 무대에서 초반 분위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1단식에서 정현이 알렉산드르 셰프첸코에게 0-2로 무릎을 꿇으며 한국이 어려운 출발을 해야 했다. 반면 권순우는 2단식에서 세계 19위 부블리크를 맞아 첫 세트를 타이브레이크(8-6) 끝에 잡아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2세트가 비로 연기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부블리크의 오른쪽 다리 통증으로 기권을 받아내며, 1-1 동률을 만들어냈다.

승부의 분수령은 복식에서 갈렸다. 남지성-박의성 조가 셰프첸코-스카토프 조를 상대로 6-2, 6-3의 완벽한 승리를 거두며 한국에 리드를 안겼다. 이후 맞이한 3단식, 정현이 에브게니 포프코를 상대하는 순간이 결정적이었다. 정현은 2세트에서 1-5까지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되찾아 7-5 역전승을 쟁취했다. 이 한 경기로 한국의 퀄리파이어 진출이 확정되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정현은 "2세트에서 잠시 흔들렸지만, 다시 집중해 경기를 잘 끝낼 수 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권순우 역시 "군 복무 중에도 경기력을 유지해오고 있다. 전역 후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정종삼 감독은 홈 관중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며, 선수들의 집념과 팬들의 열정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이번 승리로 한국 대표팀은 2026년 2월 열릴 데이비스컵 본선 진출전(퀄리파이어) 티켓을 손에 쥐었다. 8강을 향한 또 다른 여정이 시작을 기다리는 가운데, 힘겹게 지켜낸 홈 승부의 여운은 오랜 시간 팬들의 기억 속에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