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에너지·AI 협력 확대"…우원식, 카타르 국왕 만나 의회 외교 속도전
에너지·안보 협력 확대를 둘러싸고 국회와 중동 산유국 정상이 맞붙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카타르 국왕과 만나 방산·에너지·인공지능 산업을 아우르는 전방위 협력을 제안하며 의회 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8일 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왕궁에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을 접견해 양국 간 방위 산업과 에너지, AI 산업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우 의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회의장으로서 중동 핵심 산유국을 잇달아 찾으며 경제 안보 외교를 뒷받침하는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우 의장은 타밈 국왕에게 한국 방위 산업의 경쟁력을 강조하며 협력 확대를 요청했다. 그는 "한국의 방위 산업은 매우 발전했고, 미사일 방어체계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에 카타르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방산 수출과 중동 안보 협력의 교차점을 부각해 카타르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끌어내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에너지와 투자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졌다. 우 의장은 "양국이 지난 30년간 액화천연가스 LNG 분야에서 상호호혜적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카타르 국부펀드의 한국 투자 협의도 잘 진행돼 빠른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존 LNG 중심의 에너지 협력을 재생에너지와 금융 투자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한국 정부가 중점 육성 중인 인공지능 분야도 핵심 의제로 오르졌다. 우 의장은 "한국이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고, AI 기술력이 매우 높다"며 "카타르와 AI 산업 관련 협력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 카타르와의 공동 사업, 연구 협력이 추진될 여지를 열어둔 발언이다.
타밈 국왕은 한국의 방산 역량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한국 방산 기업의 우수성을 잘 알기에 관련 부처에서 적극 검토하고 그 결과를 한국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2030년 전체 전력 설비의 30%를 태양광 발전소로 구축하겠다는 카타르의 목표 달성 과정에서 한국 기업 진출을 희망한다"고 언급하며 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 의지도 피력했다.
AI와 군사 분야에 대한 협력 확대 의사도 분명히 했다. 타밈 국왕은 "AI, 군사 분야 등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조만간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직접 방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하며 양국 정상급 교류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고위급 대표단 파견이 현실화될 경우 방산·에너지·AI를 포괄하는 후속 협의가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 의장은 중동 정세와 관련해 카타르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국왕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여러 국제분쟁에서 현명한 중재자·조정자로 역할하는 것을 잘 안다"며 "이른 시일 내에 한국을 방문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카타르의 중재 외교를 언급하며 향후 한 카타르 간 외교·안보 협의 채널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우리 기업의 현안도 의제에 올랐다. 우 의장은 도하 메트로 역사 건설과 관련해 삼성물산과 카타르철도공사 간 분쟁을 언급하며 애로 해소를 위한 관심을 요청했다. 삼성물산은 도하 메트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가 2016년 공사 진행 중 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국익 차원에서 해외 수주 기업의 분쟁 해결을 국회의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만큼, 카타르 측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우 의장은 타밈 국왕과의 회동 직후 카타르 입법기관인 슈라위원회 하싼 빈 압둘라 알 가님 의장을 따로 만나 의회 교류 활성화와 국제기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양국 의회 간 상호 방문과 국제무대 공조를 확대하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알 가님 의장은 국제의회연맹 차기 사무총장에 입후보한 한국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외교 현안에서 한국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재외 국민과 진출 기업을 향한 메시지도 나왔다. 우 의장은 오후 도하 시내 한 호텔에서 동포 및 진출기업인 초청 간담회를 열고 카타르 방문 성과를 공유했다. 그는 "카타르 국왕과의 회담에서 양국 관계가 윈윈 방식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카타르 교민과 기업인들이 잘 활동할 수 있게 국회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회가 의회 외교를 통해 경제 협력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현지 교민 보호와 기업 활동 지원에도 힘을 보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카타르 순방에는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 문금주 의원, 이기헌 의원, 정을호 의원과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 등이 동행했다. 여야를 포괄한 의회 대표단이 함께 움직인 만큼, 정파를 넘는 경제 외교·의회 외교라는 의미도 더해졌다.
우 의장은 19일 삼성물산이 건설한 라스라판 태양광 발전소를 방문해 현지 진출 사례를 점검한 뒤 베트남으로 이동해 의회 외교를 이어갈 예정이다. 국회는 향후 카타르와의 고위급 대표단 교류, 방산·에너지·AI 분야 후속 논의를 통해 경제 안보 협력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