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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 자락의 고요함에 물들다”…흐린 날씨 속 청양에서 찾은 일상의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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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 자락의 고요함에 물들다”…흐린 날씨 속 청양에서 찾은 일상의 쉼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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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이제는 북적임보다는 적당한 고요, 기능보다 감정과 취향의 공간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흐린 하늘 아래 26.9°C, 습도 84%의 촉촉한 공기 속에 자리한 청양은 칠갑산의 청량한 기운과 잔잔한 자연의 결이 어우러진 곳이다.

 

요즘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혹은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청양의 칠갑산 자락을 찾는 여행자가 부쩍 늘었다. SNS에는 천장호출렁다리 위에서 찍은 배경 사진이나, 장곡사 산사에서의 조용한 산책 장면이 자주 올라온다. 아이와 자연체험을 즐기기 좋은 알프스마을영농조합법인에서 흙냄새를 맡으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는 체험담도 들려온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청양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청양

이런 변화는 지방 소도시 여행을 선호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보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자연·체험 관광지 방문 비율은 전년 대비 소폭 늘었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체험이나 대형 놀거리가 없어도, 고요하고 안전한 자연에서 얻는 정서적 안정이 요즘 여행의 본질이 됐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천장호출렁다리는 호수 위로 아찔하게 놓인 긴 다리와 산능선, 그리고 곳곳에 남아 있는 용의 전설이 오히려 상상의 여백을 넓혀줬다. 다리 위를 걸을 때마다 짧은 바람결과 발밑의 호수, 주변 사람들의 낮은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머릿속을 한결 맑게 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곡사에서는 국보와 보물, 그리고 850년 된 괴목이 전하는 시간의 온기를 두 손으로 쓰다듬을 수 있다. “여기 울창한 나무 아래 앉아 있으면 마음까지 단단해지는 기분”이라 고백한 방문객의 말을 곱씹어본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특별한 목적은 없어도, 조용히 걸으며 사진 한 장 남기는 게 진짜 힐링”이라는 글, “아이랑 자주 오지만 올 때마다 새로움이 느껴진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이제 여행은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에 작은 쉼표를 찍는 방식이 돼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틈 사이로 스며드는 자연 같다. 흐린 날씨 속에서 마주한 청양의 고요함은 분명,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숨 고르기였을지도 모른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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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칠갑산#장곡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