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화 복귀 중국에 당부”…조현, 한중 외교장관 회담서 한반도 협력 주문
한반도 해법을 둘러싼 한중 외교 라인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북한 문제와 양국 현안을 두고 장시간 접점을 모색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양국 외교 장관 간의 첫 공식 대면이라는 점에서 양측의 본격 협력 패러다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장관은 이날 3시간에 걸친 회담과 만찬에서 “우리 정부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실현을 위한 실질적 진전을 추구한다”며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왕이 부장은 “중국은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양국은 이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심화, 국민 상호이해 확대, 민의 기반 강화 등 다층 의제도 논의했다.

한중관계의 기본 노선과 외교 기조에 관한 구체적 논의도 이어졌다. 조현 장관은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면서도 국익과 실용에 기초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왕이 부장은 “중국은 대(對) 한국 우호정책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와 정상급 교류 확대도 중요 의제로 오르내렸다. 조현 장관은 다음 달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교류가 민생 증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APEC 회의 이전 왕이 부장의 방한을 직접 초청했다. 왕이 부장 역시 “조만간 한국에서 조 장관을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라며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 여부와 일정에 대해서는 별도 공식 언급이 나오지 않았으나, 정상외교 채널 복원이 가시화한 분위기다.
서해 문제를 비롯한 민감한 양국간 현안과 경제협력 모델 변화 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조현 장관은 “서해 문제 등 상호 관심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내 우리 국민 안전과 권익 보호를 당부했다. 또한 한중 경제협력이 기존 분업 구조에서 상호 수평적 모델로 진화하는 현실을 반영해, “시대에 맞는 경제협력 틀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왕이 부장은 “최근 구조 과정에서 순직한 고 이재석 경사의 희생에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교민 안전과 상호 협력 의지를 표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 본격화 신호로 평가한다. 한미동맹 강화 하에서 실용적 대중국 협력을 추진한다는 점,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의 실질 역할 확대가 요구됐다는 점이 향후 외교 지형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로 읽힌다. 중국 정부의 대외 우호 정책 연장선상에서 양국 정상 교류 복원이 현실화될 경우,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외교 질서 전반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조현 장관과 왕이 부장은 한중일 협력 기제 등 역내 멀티 협력 채널도 활성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부는 APEC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중 실용 협력의 외연을 넓혀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