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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들녘, 고요한 사찰”…김제 평야에서 찾은 마음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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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들녘, 고요한 사찰”…김제 평야에서 찾은 마음 쉼표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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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상의 쉼’을 찾아 김제 평야를 찾는 발걸음이 늘었다. 예전엔 그저 넓은 논밭의 도시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황금 들녘과 고요한 자연, 그리고 깊은 역사가 머무는 김제의 풍경이 사색과 재충전의 공간이 되고 있다.

 

김제에선 ‘평야를 걷는다’는 특별한 경험이 일상이다. 만경강과 동진강이 빚은 드넓은 들녘, 구름이 흐르는 흐린 날씨 속에서도 벼와 바람의 냄새가 진하게 감돈다. 벽골제마을에선 해가 저물 무렵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특별한 석양을 선물한다. “일몰 무렵 벼와 하늘이 어우러진 마을을 걸으면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진다”는 체험담이 SNS에 종종 올라온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김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김제

이런 변화는 여행 방식과 관광의 의미가 달라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자연 기반의 소도시 찾기’나 ‘체험형 로컬 여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굳이 멀리 가지 않고 익숙한 풍경 안에서 낮은 목소리로 쉴 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김제의 벽골제마을은 한옥과 펜션에 짐을 풀고, 주민들과 함께 보리밟기나 고구마 수확, 표고버섯 채취 같은 계절 체험에 나설 수 있다. 공동 요리 교실과 전통 놀이, 공예 활동도 마련돼 지역과 더 가까워진다.

 

피로한 일상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싶은 이들에게 금산사 템플스테이는 또 다른 의미다. 고요한 사찰 마당에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명상과 산책으로 내면을 비운다. “내려놓음의 의미가 뭔지, 이곳에 와서야 진짜 알게 됐다”는 방문객의 고백처럼, 사찰 특유의 고즈넉함은 자기만의 시간을 선사한다.

 

수류성당은 19세기 후반 지역 공동체의 신앙과 희망을 품어온 공간이다. 옛 돌담과 성당 주변의 고요한 풍경은 과거와 현재가 섞인 독특한 정서를 풍긴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은 평온함”을 감탄하며 기억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도시보다 훨씬 진한 농촌의 시간, 그 안에서 힐링했다”, “벽골제 들판에선 소리가 아닌 침묵이 온몸을 감싼다” 등 김제를 찾은 이들의 인상기가 이어진다. 쉽게 잊히지 않는 풍경과 체험, 그리고 사람들과의 소박한 인연이 이곳 여행의 묘미다.

 

작은 도시를 거닐면서 우리는 ‘쉬는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졌다는 걸 깨닫는다. 자연이 품은 쉼표와,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결핍된 시대. 김제의 들녘과 고요한 사찰, 그리고 오래된 성당이 주는 울림은 작지만 깊다. 여행은 끝나도, 그때의 고요함은 지금도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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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금산사템플스테이#벽골제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