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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지방간질환 새 기준”…연세대, 비침습 진단법 제시로 조기관리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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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지방간질환 새 기준”…연세대, 비침습 진단법 제시로 조기관리 신호탄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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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아청소년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에 대해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소아청소년 특성을 적극 반영한 비침습 진단기준을 마련했다. 기존에는 성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진단의 정밀성과 실효성에 한계가 있었으나,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용인세브란스병원 공동 연구팀이 현실적인 현장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본 성과를 ‘소아 대사질환 관리 패러다임 전환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채현욱, 송경철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권유진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대표적인 지방간 진단 지수인 FLI(지방간 지수)와 HSI(간지질증 지수)가 소아청소년 MASLD 예측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분석하고, 최적의 분별 기준값을 도출했다. FLI와 HSI는 간 효소 수치, 체질량지수, 중성지방, 혈당 등 진단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채혈 및 신체 측정값만으로 산출할 수 있는 간질환 평가 지수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등록된 10~18세 청소년 1158명과, 2007~2023년 강남세브란스·용인세브란스병원 환자 2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환자군은 초음파와 간스캔 결과를 토대로 지방간 여부를 확인했으며, FLI와 HSI 값이 질병을 얼마나 정확히 구별하는지(곡선하면적, AUC)를 검증했다. 결과적으로 FLI(0.91~0.93)와 HSI(0.90~0.93)는 현장과 대규모 데이터 모두에서 질병 선별력 우수성을 입증했다. 두 지수 모두 ‘1’에 가까울수록 판별 정확도가 높은데, 본 연구에서 두 지수는 모두 우수 환자군 분리력을 보였다.

 

특히 연구팀은 소아청소년에 맞는 진단 분류 값을 새롭게 제시했다. FLI 기준 20 미만은 위험군에서 벗어나 있고, 50 이상일 때 MASLD 발생 위험이 높았다. HSI는 각각 30 미만/40 이상으로 구획됐다. 이는 성인 기준과 달리 소아의 신체지표와 임상 상태를 반영한 값이어서 실제 임상 및 1차 의료기관, 학교 현장 검진 등으로도 활용성을 높였다.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T) 등 표준 간 효소 수치가 정상인 소아청소년에 대해서도 FLI, HSI 지표는 판별력이 0.89~0.91로 높게 유지됐다. 즉 간 효소 수치가 정상이라도 잠재적인 MASLD 환자를 조기에 걸러낼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셈이다. 초음파·MRI 등 비용과 접근성 문제를 갖는 영상 검사, 소아에게는 부담이 큰 침습적 간생검 등 기존 한계도 비침습 지표로 극복했다는 평가다.

 

경쟁적으로 해외에서는 미국·유럽 등에서 이미 소아청소년 MASLD 조기 선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성인 진단값이 임상에 큰 한계를 가져왔다. 국내 연구진의 이번 결과가 K-정밀의료 및 예방의료 흐름, 전 세계적 소아·청소년 대사질환 급증이라는 환경 변화와 맞물려 글로벌 학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MASLD와 연관된 질환이 소아 비만, 제2형 당뇨, 심혈관 이상 등으로 확산되고 있어 조기 진단과 식생활 등 예방 차원의 개입 시기가 더욱 앞당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료 데이터를 넓게 확보한 이번 연구와 같이, 비교적 간편한 수치 기반 진단도구 개발과 보급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송경철 연세대 교수는 "FLI와 HSI는 학교, 1차 의료기관에서 활용도가 높고, 최근 급증하는 소아 대사질환 조기 발견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유진 교수 역시 "비만 및 지방간 환자의 성인기 만성질환 이행을 막는 실효적 전략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 위장병학과 간병학'에 정식 게재되며, 학계와 산업계 모두에서 실질적 임상 적용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진단 기준이 실제 시장과 의료 현장에 안착 가능한지 주시하고 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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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대사이상지방간질환#fli·h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