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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 오아하카 결혼식 붉은 불길”…멕시코 잔치 속 만난 우정의 온기→여행자는 어떤 변화를 맞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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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 오아하카 결혼식 붉은 불길”…멕시코 잔치 속 만난 우정의 온기→여행자는 어떤 변화를 맞았나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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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살 아래 너울대는 연기, 오아하카 골목에서 퍼지는 고기 굽는 냄새, 그리고 알싸한 마야 정글의 푸름까지. ‘세계테마기행’은 여행자가 현지인의 호흡이 돼가는 여정을 따라 멕시코의 품속으로 들어간다. 시장의 소란과 불길, 작은 마을의 결혼이 온 마을의 민속극으로 피어나는 찰나에 이르기까지, 화면 너머로 시청자는 가볍게 첫걸음을 뗀다. 낯선 땅의 낯선 잔치에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이국의 삶에 귀를 기울인다.

 

오아하카의 11월 20일 시장 골목은 연기와 기름 냄새에 무뎌진 시간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타사호와 세시나가 익어가고, 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신랑 신부는 성당 예식 후에도 시장의 축제에 다시 스며든다. 마을 사람 모두가 나서 선물을 건네고, 옥수숫가루가 든 아톨레와 진한 메스칼 잔이 뒤따른다. 춤과 노래가 이어지는 이곳의 결혼은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공동체 전체가 품는 환대의 축제였다. 진한 흙먼지와 음악이 어우러진 순간, 두 사람의 약속은 마을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

“시장 속 연기 골목”…‘세계테마기행’ 오아하카 결혼식, 마야 정글 탐험→멕시코 우정의 축제 / EBS
“시장 속 연기 골목”…‘세계테마기행’ 오아하카 결혼식, 마야 정글 탐험→멕시코 우정의 축제 / EBS

열기구를 타고 떠오른 멕시코시티 인근의 테오티우아칸, 수천 년 세월을 안은 피라미드 아래 살아 있는 심장을 바쳤던 신화의 무게가 묵직하게 깔린다. 오늘의 여행자는 그 길을 맨발로 밟으며, 올려다본 해발 2,300미터 허공에서 찔끔거리는 긴장과 경이로움을 품는다. 밤이면 틀락스칼라주의 나나카밀파 들판을 수놓은 빛들이 끝나지 않는 우정과 환대로 이어진다. 이국의 빛 아래, 광장은 시간의 강을 따라 흘러간다.

 

남동부 치아파스의 라칸돈 정글로 이동한 뒤, 여행자는 라칸돈 마야인 빅토르와 어울려 숲의 고요 속으로 들어간다. 고함원숭이의 울음, 세노테의 맑은 물, 조상의 유골 앞에 선 기도. 뼈 무덤을 지나는 의식에서 빅토르와 마야의 역사가 포개진다. 정글 속 빅토르의 집에서 대접받은 음식과 손끝에 담긴 따뜻한 환대는 낯선 타인이 이웃으로 다가가는 여정의 온기를 더해준다.

 

멕시코의 열기는 다시 광장으로 번진다. 과달라하라 대성당의 엄숙함, 미디어파사드로 반짝이는 밤, 사랑의 해변이 숨어 있는 마리에타섬의 신비로움, 여성 어부들이 땀 흘리는 차카우아의 바다까지. 마을 전체가 나눔으로 뭉치는 겔라게차 축제와 오아하카의 ‘깃털춤’이 펼쳐지면, 과거와 현재, 신화와 현실이 겹친다. 여행자는 마침내 소칼로 광장 새벽녘, 아즈텍 심장부에서 테무플로 마요르의 흔적을 밟는다.

 

밤의 멕시코는 더욱 뜨겁다. 과달라하라의 경기장 속 진한 땀방울과 루차 리브레의 화려한 마스크, 현지 국밥 칼도 한 그릇에 스며든 삶의 기억, 마리아치 악단이 울리는 노래 한 곡과 함께 시청자도 무심히 걷던 길에서 어느새 멕시코 현지인이 돼간다. 맹그로브와 바다로 이어지는 마지막 여정, 차카우아의 해변에서 어부의 노래는 그들에게도, 낯선 여행자에게도 서로를 견디는 힘이 된다.

 

‘세계테마기행’의 이번 멕시코 편은 시장의 불길에서 시작해 정글과 광장, 바다와 마을을 따라 이어지는 우정과 환대의 서사를 차곡차곡 담았다. 삶이 흘러가는 곳마다 축제가 피어나고, 벗으로 다시 태어나는 삶의 비의를 화면 가득 그려냈다. 이번 여정의 기록은 9월 22일부터 25일까지 EBS에서 만날 수 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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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멕시코#오아하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