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민국, 제주의 숨결을 걷다”…해녀·청년·부부의 물든 시간→섬이 부른 감정의 소용돌이
찬란하게 반짝이는 바닷물이 한 뼘씩 일상으로 번졌다. EBS1 ‘고향민국’은 해녀의 숨, 청년의 닿지 않은 미래, 젊은 부부의 용기를 따라 제주의 느린 시간에 발을 디뎠다. 낯익지만 낯선 풍경 위로 펼쳐진 네 개의 여정은 고요한 섬이 건네는 목소리처럼 울렸다.
첫 장은 제주 바다를 품은 해녀 12인의 거친 숨으로 시작했다. 이호동 해녀들은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파도와 친구가 된 손끝으로 테왁을 끌었다. 서울을 떠나 여섯 해 만에 돌아온 애기 해녀 유정 씨가 해녀복을 입고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은 작은 파문이 돼, 싱싱한 해산물과 돼지고기로 꾸린 식당의 주방에서도 고향의 향기가 퍼져나갔다. 그들의 물질은 섬의 기억을 지키는 조용한 헌신이었다.

이어 경희대학교 대학생들은 대정읍에서 지역 주민과 바자회를 열고, 손에 잡히는 액세서리와 디저트로 제주만의 하루를 새롭게 엮었다. 구좌읍 워케이션센터, 창가 너머 펼쳐진 푸른 바다는 일과 배움, 여행의 경계를 사라지게 했다. 서울에서 내려와 제주의 식재료로 파스타집을 연 부부는 한적한 시간에 머물며, 용기와 사랑으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시간에 새겨진 흔적은 제주 밭과 숲, 그리고 돌로 이어졌다. 메밀과 청보리가 은빛으로 넘실거리고, 수국이 바람에 흔들리는 그 길에서 여행자는 자신만의 추억을 남겼다.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 펼쳐진 멍때리기 대회는 복잡한 마음에 고요함을 선물했고, 돌 문화공원과 4.3사건을 기억하는 스탬프 투어에서는 자연과 아픔, 사람의 이야기가 나란히 놓였다.
마지막 여정은 월정리 해안에서 서핑을 즐기고, 플로깅으로 바다를 지키는 사람들의 손길로 마무리됐다. 프리다이버 김지민 대표와 친구들의 해양 쓰레기 줍기, 목장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는 소, 직접 만든 디저트의 따스함이 섬의 내일을 환하게 밝혔다. 박지원, 박신혜 부부는 도시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함께 자연의 품에 안겼다.
제주는 여전히 거기 있지만, 시청자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섬의 감정과 물결을 따라가게 됐다. ‘고향민국’은 오는 7월 14일부터 17일까지, 매일 저녁 7시 20분 EBS1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네 편의 이야기를 통해 살아 움직이는 제주와 그 안의 사람, 자연의 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