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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출렁이는 계절”…보성 차밭 여행에서 만나는 가을의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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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출렁이는 계절”…보성 차밭 여행에서 만나는 가을의 고요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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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을의 한가운데’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멀리 떠나는 모험이 여행의 전부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가까운 자연을 천천히 걷는 일이 소중한 일상이 됐다.

 

전라남도 보성의 가을은 아침의 맑은 공기와 푸른 차밭을 품고 있다. 이른 오전, 28도 가까운 온도와 적당한 바람이 지나가는 보성군엔 남해안 특유의 습도마저도 산뜻하게 느껴진다. SNS에는 정갈하게 다듬어진 대한다원보성녹차밭의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물결과 산책로를 따라 걷는 여행자들의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감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보성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보성

이런 변화는 여행의 속도에서도 드러난다. 대하고목한 차밭 산책로를 천천히 오르내리는 일을 ‘최고의 힐링’으로 꼽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5월엔 다향제가 열려 찻잎 따기, 차 만들기 같은 체험이 가능해 온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 현지에서 만난 한 여행자는 “이곳에선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고 표현했다.

 

보성엔 또 다른 풍경도 숨어 있다. 득량면 보성강골마을은 오봉산 기암괴석과 선소해안 공룡알 화석지, 그리고 넓게 퍼진 보성강을 품는다. 깨끗한 공기, 바닷내음,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직접 기른 신선한 농산물과 해산물도 여행의 운치를 더한다. 열화정처럼 옛 이야기가 깃든 문화유산도 여정의 고요한 쉼터가 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행의 변화가 ‘로컬의 재발견’이라고 말한다. 빠른 소비와 자극 대신, 자기만의 속도와 여유를 찾으려는 흐름이 강해졌다는 것. “여행의 본질은 내가 어디에서 머물고,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있다”는 한 여행작가의 말처럼, 보성의 가을은 바쁜 일상에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법을 가르쳐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남쪽 끝으로 달려간 게 오랜만이다”, “찻잎 향 아래서 커피가 아닌 차를 천천히 마신 것만으로도 색다른 기억이 됐다”는 여행 후기가 이어진다. 풍요로운 밥상과 옛 정취, 그리고 고즈넉한 차밭의 계절감에 ‘다시 오고 싶은 곳’이라는 공감이 쌓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보성에서 보내는 느린 하루는, 어쩌면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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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대한다원#보성강골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