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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절 T세포 연구, 난치병 치료 패러다임 흔든다”…노벨상 수상 의미와 산업적 파장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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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면역체계 오작동의 근본 원인을 규명한 조절 T세포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미국과 일본 과학자들이 각각 말초 면역 관용 및 조절 T세포(Foxp3 발현)의 발견, 유전체 변이의 질병 연관성을 규명한 이 연구는 ‘루프스·1형 당뇨병·류마티스관절염’ 등 난치형 자가면역질환의 혁신적 치료 기전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초·임상 경계에서 이뤄진 이번 논문과 유전자 면역 치료의 접목에 높은 기대감을 보여 “자가면역·암 질환 치료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수상은 1990년대 중반 사카구치 시몬 교수가 인체 방어체계 내 말초 단계의 자가면역 억제 세포 존재(조절 T세포)를 최초 규명한 데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미국의 브런코, 람스델 연구팀은 생쥐 모델에서 Foxp3 유전자 돌연변이가 자가면역 질환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입증했고, 이 유전자 변이의 인류형이 IPEX 증후군 등 중증 희귀 자가면역질환의 분자적 원인임을 실험적으로 밝혀냈다. 이들은 흉선에서의 중심 관용(central tolerance) 이론을 넘어서 말초 조직에서도 ‘면역 자기억제 시스템’이 작동함을 구조적으로 해설했다.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 Treg)는 체내 면역 균형을 책임지는 핵심 세포다. FOXP3 단일 전사인자를 발현해 자신(자가) 유래 항원을 공격하는 T세포 반응을 세밀히 억제한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며, 기존 전체 면역계 단순 억제제와는 달리 부작용 최소화 및 표적화된 치료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된다. 실제 이 원리를 응용해 환자 T세포를 채취·증폭 후, CAR-Treg(키메라 수용체 조절 T세포)로 재프로그래밍해 자가면역질환 임상에 접목시키는 국내외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시장적 관점에선 기존 면역억제제 시장과 차별화된 정밀 면역치료 산업이 태동하고 있다. 환자 유전체·면역세포 프로파일 기반의 맞춤 치료, 부작용 저감과 병인별 타깃 제어 기술이 차세대 신약 후보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실제 FOXP3+ 조절 T세포의 증강이 자가면역체계 치료, 반대로 암종에서는 이 세포 억제가 필요한 ‘반대 치료 기전’이 제시되면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제약사도 임상 파이프라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비교면에서도 미국과 유럽은 T세포 변형 면역치료제, 항암·자가면역 CAR-Treg 분야에서 빠르게 임상전략을 고도화 중이다. IPEX 등 초희귀 환자군에 대한 모델 연구가 오히려 루프스·당뇨·류마티스 같은 대중 질환의 병인 해명과 신약 타깃 발굴로 이어지는 ‘기초의학-임상중개’ 순환 고리가 명확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국내에선 이미 규제기관 주도로 CAR-Treg 등 면역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진입이 현실화되고 있다. 다만 첨단 바이오의약품 규제, 임상 통제, 유전체 정보보호 등 법·윤리 이슈의 조화가 필수 사항으로 부각됐다. 식약처와 관련 학회는 조절 T세포 치료제의 효능·안전성, 장기 추적이 확립돼야 산업화가 가속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업계와 학계는 조절 T세포 및 FOXP3 연구가 질병 이해와 신약개발 모두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본다. “면역체계의 오작동”에서 “조절 메커니즘의 미세 장애”로 개념이 재정립되면서, 앞으로는 자가면역뿐 아니라 암·이식·염증 등 다양한 난치 질환 치료 패러다임이 정밀 제어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계는 이런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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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절t세포#foxp3#자가면역질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