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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침습 시술 대세”…심장판막질환 치료 패러다임 전환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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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판막질환 치료 기술이 고령화 사회의 의료 패러다임을 새롭게 쓰고 있다. 고령층의 증가와 맞물려 기존의 개흉(開胸) 수술 대신, 피부를 절개하지 않거나 최소한만 침습하는 시술 중심으로 치료법이 급속히 확장되는 추세다.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외 주요 의료기관들은 승모판막 역류증과 대동맥판막 협착증 등 중증 질환 환자들에게 최신 미세침습 시술을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업계는 비(非)외과적 시술 확산이 심장 질환 치료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심장판막질환은 심장 내 네 개의 판막이 정상 개폐 기능을 상실해, 혈액 순환에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대개 노화나 기저 질환, 혹은 과거 감염에 의해 진행되며, 70~80대 고령 환자에서 발병률이 높다. 대표 증상은 발목부종, 호흡곤란, 만성 기침 등으로, 일상생활 능력 저하로까지 이어진다. 초기에는 약물이나 생활습관 관리로 대응하지만, 판막 손상이 심각해지면 수술·시술 등 적극적 치료가 요구된다.

기존 심장판막 수술은 가슴뼈 절개와 인공판막 이식 등 고난도 방법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자의 고령과 동반 질환 부담을 고려, 피부를 약간만 절개해 특수 기구로 판막 기능을 대체하는 ‘최소침습 시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대표적 방법이 승모판막 역류증 치료에 쓰이는 마이트라클립 시술과, 대동맥판막 협착증에 적용되는 타비(TAVI) 시술이다. 마이트라클립은 손상 판막을 특수 클립으로 잡아 유입혈 역류량을 줄이고, 타비는 다리 혈관을 통해 가이드 철사를 삽입해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이는 과거 개흉·심폐기 없이도 시술 가능하며, 입원 및 회복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외과적 수술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 기존 수술 환자의 약 30%는 고령이나 동반 질환 탓에 시술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마이트라클립과 타비 개발 이후 치료 대상과 성과가 대폭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유럽 등지에서도 이미 관련 시술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최근 국내에서 적용 건수와 범위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다만, 심장판막질환의 치료는 여전히 질환 진단에서 치료 결정까지 고도의 맞춤 전략이 필수적이다. 환자의 나이, 동반 질환, 심기능 상태 등 수십 가지 요인에 따라 약물·시술·수술이 맞춤형으로 결정된다. 또 의료 현장에서는 판막 교체 후 항응고요법, 감염 예방 등 장기 관리 단계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심장질환 조기진단 체계 강화, 시술 급여 범위 확대, 데이터 기반 환자 관리 강화 등이 논의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사민 교수는 “심장판막질환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방치 시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환자 맞춤 진단·치료 역량이 의료 시장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과 환자 삶에 어떻게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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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판막질환#마이트라클립#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