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AI가 판독 순서까지 정한다”…용인세브란스, 진료 혁신 박차
IT/바이오

“AI가 판독 순서까지 정한다”…용인세브란스, 진료 혁신 박차

김서준 기자
입력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이 대학병원 일선 진료 현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엑스레이 판독부터 디지털 병리, 생성형 AI에 이르는 첨단 솔루션을 도입해, 대형 병원 진료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는 이번 사례를 ‘AI 기반 병원 혁신 경쟁’의 본격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2020년 3월 600병상 규모로 오픈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영상의학과 진료부터 업무 프로세스까지 의료AI 활용을 표준화했다. 예컨대, 김은경 병원장은 매일 아침 출근해 AI가 분류한 이상도 점수 순으로 엑스레이 결과를 우선 판독한다. AI가 판독 순서를 제안해줌으로써, 위험 환자를 더 빨리 정확하게 선별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체계 덕분에 진단 누락 가능성이 줄고, 의사들은 더 정밀한 검사와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

기술 원리로는 컨볼루션 신경망 기반의 딥러닝 모델이 사용된다. AI가 엑스레이, CT 등 의료 이미지를 분석해 이상 소견의 확률 ‘점수’를 매긴다. 이전에는 의사가 이미지를 모두 일일이 열어봐야 했지만, 최근에는 판독 목록에 점수가 함께 표시돼 우선순위 정렬이 가능하다. 판독 자동화 도입으로 각 환자에 대한 진단 속도가 크게 향상됐다. 또 오류율이 높은 반복 작업, 예를 들면 병리 슬라이드 내 특정 암세포 계수 분야에서는 AI가 ‘박사급’ 정확도를 보인다.

 

시장성과 측면에서도 실질적 변화가 크다. 진단, 판독 등 핵심 진료에 AI가 도입됨에 따라, 의료진은 환자와 직접 만나야 하는 시술과 상담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AI 음성인식 솔루션은 영상 판독 내용을 99% 정확도로 자동 기록해 의사 업무의 생산성을 높였다. 생성형 AI 도입으로 혈액검사, CT, MRI 등 결과 요약과 의무기록 작성에 투입되는 시간을 85% 가까이 줄였다.

 

경쟁구도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유럽 일부 선진병원들은 AI 판독 알고리즘을 업무 전반에 배치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은 AI 기반 병리·영상 진단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용인세브란스병원처럼 전 과정 디지털화를 개원 단계부터 적용한 사례가 드물다. 이는 병리 검사의 디지털 전환, AI·클라우드 연계플랫폼 구축 등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움직임이다.

 

규제와 윤리적 측면에서는 AI 진단 보조 솔루션이 여전히 의료진의 최종 판독을 대체하진 못한다. 현재로서는 의사가 AI 알람을 참조해 더 정확한 판독을 내리는 협업 구도가 주류다. 그러나, 각종 AI 기반 의료기기 인증, 개인정보 처리, 진단 정확도 관련 규제가 추가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실시간 병리 자문 등 국제 협업 과정에서도 데이터 보안, 전송 표준 등이 핵심 이슈다.

 

업계 전문가들은 “AI 도입은 의료 자동화가 아니라 환자 중심 진단, 의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혁신”이라고 평가한다. 김은경 병원장도 “AI로 줄인 시간은 환자 진료와 시술에 쏟고 있다”며 디지털 도구가 환자 경험 개선에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용인세브란스병원#의료ai#생성형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