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일 만에 부산서 재회”…이재명·이시바, 한일 정상외교 새 국면
총선을 앞둔 정국에서 한일 정상외교가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9월 30일 부산 동백섬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38일 만에 다시 마주하며 양국 협력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다. 실무방문 일정이지만, 대통령실은 국빈에 준하는 예우로 이시바 총리를 맞이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직접 누리마루APEC하우스 정문에서 이시바 총리의 도착을 기다렸다. 건물 앞에서는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한 취타대와 전통 의장대가 도열해 고대 외교사를 상징하는 환영 행사를 펼쳤다. 대통령실은 "금색 포인트가 들어간 넥타이는 일본과의 관계를 귀중하게 여기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누리마루APEC하우스 내부에서는 나전칠기 공예품 ‘십이장생도’가 양국 정상의 주목을 받았다. 해설사가 "학 20마리는 2005년 APEC 회의 당시 각국 정상 20인을 상징한다"고 설명했고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십이장생도 앞 기념사진 촬영 후 이뤄진 정상회담은 약 1시간 16분간 이어졌다.
회담 이후 두 정상은 동백섬 일대를 산책하며 우의를 다졌고, 만찬장에는 양국 정상의 고향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가 올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일 양국의 화합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정성을 담았다"고 말했다. 대게냉채, 안동 한우 갈비찜, 돗토리 치쿠와를 변형한 부산 어묵, 송이와 전복찜 등이 만찬 테이블을 채웠다. 경주법주와 일본 전통주, 한일 부부가 만든 부르고뉴 와인도 건배주로 사용됐다.
정치권의 반응 역시 교차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행사가 “양국 관계 개선에 실질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으나, 일각에선 “실무방문에 국빈급 예우가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총선을 앞둔 민심을 의식해 한일 외교 성과 부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특히 이시바 총리가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 고 이수현 씨의 묘를 참배한 사실이 큰 의미로 남았다. 이시바 총리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고인의 숭고한 사랑에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어떤 관계가 가능한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부산 정상회담은 양국 교착 상태를 풀 새로운 화해무드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향후 실질적 경제·안보협력 방안에 대한 추가 논의를 예고하며, 재차 정상 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