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녹화로 위기 대응 골든타임 허비”…여야, 이재명 행보 두고 정면 충돌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대통령실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최고조에 달했다. 여야가 이재명 대통령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국가재난 대응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이면서 민심 또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추석 특집 녹화가 전산망 마비 사태 직후 진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태가 정치권 핵심 쟁점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화재 발생과 거의 동시에 미국 순방에서 즉각 귀국해 밤새 상황을 챙기고 각종 대책 지시와 회의를 주재했다며 위기관리 행보에 방점을 뒀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부부의 방송 출연에 대한 비난은 과도한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귀국 직후 즉시 화재 대응과 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방송 출연은 국민과 더 가까이 소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방송 녹화가 명절 소통과 정책 홍보 목적임을 강조하며 “국민이 대통령을 평가하는 기준은 국정 운영의 성과와 민생 회복”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초유의 국가재난 사태 와중 예능 촬영으로 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는 행정안전부 공무원 사망 사건과 대통령의 행보를 연결 지으며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예능 촬영을 주도한 참모진과 허위 해명을 한 대변인 모두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공무원들이 밤새 복구에 매달릴 때 대통령은 이미지 정치에 몰두하고 있었다”며 대통령실의 책임을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JTBC 측에 방송 방영 연기 요청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위기 속 대통령의 존재감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양당의 입장 충돌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진우 의원은 “재난 수습 책임자인 행정안전부 장관을 이틀간 대면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실이 사실 숨기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신경 써야 할 것은 ‘냉장고’가 아니라 책임 있는 야당의 역할”이라고 맞받았다.
이번 논란이 이어지면서 정국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참모진에 대한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예고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국정자원 화재 이후 이틀간의 대통령 일정과 지시 내용을 시간대별로 공개하며, 위기 대응에 소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치권 공방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민 관심은 재난 대응 과정과 대통령의 통치력에 쏠리고 있다. 여야 모두 이번 사안을 총선·정국 재편과 맞물려 여론전 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는 향후 관련 현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