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전력 현대화 가속”…김정은, 러·우크라전 교훈 앞세워 병진정책 시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의 군사정책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력 고도화와 함께 재래식 전력의 현대화 전략을 밝히면서, 국방 당국과 정치권이 긴장감 속에 움직이고 있다. 북한은 최근 전차와 장갑차 방어기술을 대거 선보이며 기존 무기체계의 교체와 첨단화에 나선 모습이다.
13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1일과 12일 양일간 국방과학원 산하 장갑방어무기연구소 및 전자무기연구소를 직접 방문했다고 전했다. 이번 방문은 해당 기관이 관영 매체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자리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양 연구소가 각각 전차·장갑차에 적용되는 하드 킬(직접 파괴형) 및 소프트 킬(신호 교란형) 능동방어체계를 집중 연구하는 것으로 관측했다.

통신은 이날 “신형 능동방호체계의 종합 가동시험” 장면을 상세히 소개하며, “탐지체계와 회전식 요격탄 발사기들의 반응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자체 개발했다는 지향성 적외선·전파교란 장비 역시 "성과적으로 개발 도입"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실제 장갑차나 전차에 접근하는 대전차 미사일을 신속하게 감지·요격해 전력 생존성을 높일 수 있음을 과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의원은 “북한 사진에서 드러난 능동방어체계는 이스라엘 ‘아이언 피스트’와 유사한 하드킬 시스템으로 추정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능동방어체계 필요성을 각인시키면서 북한이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핵전력만으로는 억제력에 한계가 있으며, 현대전에 부합하는 기갑전력의 첨단화가 전쟁 수행능력 증대에 핵심이라는 점을 짚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기술 협력 강화로 재래식 전력 분야의 현대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오는 9차 당대회에서 관련 전략이 공식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들어 국방 및 군수 부문 시설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에는 땅크(탱크) 공장을 시찰하면서 “우리 육군에 최신식 땅크와 장갑차들을 지난 세기의 장갑무기들과 교체하는 것이 무력 건설과 현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신형 ICBM 엔진 시험 참관, 미사일총국 산하 연구원 방문 등 군사 강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과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 제9차 대회를 계기로 ‘핵무기와 상용무력 병진’ 전략을 공식화함으로써 한반도 군사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정부는 북한의 재래식 전력 강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향후 추가적인 군사 행동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