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주 B2B 무대서 K스페이스 나이트…정부, 韓기업 글로벌 도약 돕는다
국내 우주 중소벤처기업들이 유럽 최대 B2B 우주 산업 전시회에서 기술력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주항공청과 중소벤처기업부가 독일 브레멘 현지에서 K스페이스 나이트를 열어 IR 피칭과 네트워킹을 지원하면서, 뉴스페이스 중심의 국제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본격적인 교두보 확보에 나선 행보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 해외 전시 지원이 국내 우주 스타트업의 실질적인 수주와 공동연구 기회를 확대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18일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스페이스 테크 엑스포 유럽 2025 공식 프로그램으로 K스페이스 나이트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 테크 엑스포 유럽은 2015년부터 매년 브레멘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규모 B2B 우주 산업 전시회로, 발사 서비스, 위성 운용, 통신 및 지상 시스템, 소재와 부품 등 우주 기술 전 주기가 한자리에 모이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전시에는 유럽우주국 ESA, 독일항공우주센터 DLR, 글로벌 방산 및 우주항공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최신 발사체 기술, 소형 위성 플랫폼, 위성통신, 지상국 자동화 솔루션, 디지털 시뮬레이션과 설계 도구 등 주요 트렌드를 공유한다. 전 세계에서 약 950개 기업이 부스를 마련하고 1만 명 이상이 참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우주 분야 중소벤처 14개사가 참여해 발사체 부품, 위성 탑재체, 위성 데이터 서비스 등 각 사의 핵심 기술을 유럽 시장에 소개한다.
우주항공청과 중소벤처기업부는 단순 전시 참가를 넘어 실질적인 사업 기회를 만들기 위해 사전 단계에서 전시 마케팅과 IR 교육을 진행했다. 현지 바이어와 투자자에게 기술 강점을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피칭 구조를 설계하고, 유럽 우주 생태계의 의사결정 구조와 조달 방식에 맞춘 전략 수립도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준비를 바탕으로 전시 기간 동안 독립 네트워킹 행사인 K스페이스 나이트를 개최해 국내 기업과 유럽 우주 관련 기관, 투자자 간 직접적인 접점을 넓혔다.
K스페이스 나이트에서는 국내 우주 중소벤처기업들이 순차적으로 IR 피칭을 진행하며 발사체와 위성 부품, 전자광학 및 레이더 탑재체, 위성 데이터 분석 서비스, 우주 환경 시험과 시뮬레이션 기술 등 보유 역량을 소개했다. 이어 현지 우주 기관과 투자자, 미디어 관계자와의 네트워킹 세션이 이어져 구체적인 협력 모델과 투자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베를린 파트너, 우주 분야 글로벌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기업 앤시스 등도 참여해 유럽 우주 산업의 투자 환경, 디지털 엔지니어링 트렌드와 협력 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한국 우주 기업에 관심을 보이는 현지 기관, 벤처캐피털, 전략적 투자자, 미디어 등 약 13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 규모와 구성이 유럽 우주 생태계의 실질 의사결정자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인지도 제고와 파트너 발굴 측면에서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 우주 시장은 ESA와 각국 우주기관, 방산·항공우주 대기업이 중심이 되는 전통 구조에 더해, 최근 소형 위성, 민간 발사 서비스, 지구관측 데이터 비즈니스 분야에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역할이 빠르게 커지는 추세다. 미국의 뉴스페이스 움직임과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민간 기술을 활용한 저비용 고빈도 발사, 소형 위성 별자리 구축, 위성 데이터 분석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 정부가 유럽 현지 대형 전시회를 거점으로 K스페이스 나이트를 기획한 배경에는, 이러한 구조 변화 속에서 국내 중소벤처에게 유럽 파트너와의 조기 연계를 제공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기술 측면에서 보면, 발사 서비스와 위성 시스템은 단일 기업이 모든 밸류체인을 담당하기보다, 구조체, 추진계, 전력계, 통신 탑재체, 지상국 소프트웨어, 궤도 운영 서비스 등 세부 분야별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모듈 단위로 협력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기업들은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모듈과 서비스에 대한 기술 스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유럽 기업의 기존 시스템과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기업은 발사체 엔진 부품 테스트 데이터나 위성 센서 성능 검증 결과를 제시해 신뢰성을 부각했고, 다른 기업들은 위성 데이터 처리 알고리즘의 정확도나 처리 속도 등 정량 지표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설명했다.
글로벌 경쟁 구도 측면에서 유럽 우주 시장은 미국, 일본, 인도, 중국 등 각국 기업이 치열하게 진입을 시도하는 무대다. 미국 기업들은 이미 ESA 프로젝트와 민간 발사·위성 서비스에 폭넓게 참여하고 있고, 일본과 인도 역시 소형 위성 발사와 궤도 서비스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번 K스페이스 나이트는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형 우주 기술의 포지셔닝을 재정립하고, ESA와 각국 우주기관 프로젝트에 하청·공동개발 파트너로 참여할 발판을 모색하는 자리로 평가된다.
정책과 제도 측면에서는, 우주항공청 출범을 계기로 국내 우주 산업 정책이 발사체와 위성 개발 중심에서 산업화·민간 수요 확대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우주 분야를 혁신 벤처가 성장할 수 있는 전략 분야로 보고, 기술개발 지원과 함께 해외 전시, 투자 연계 프로그램을 결합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중이다. 이번 다부처 협력 모델은 향후 미국, 동남아, 중동 등 다른 지역 전시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경원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정책관은 혁신 기술을 가진 중소벤처기업이 뉴스페이스 시대의 핵심 주체라며 우주항공청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 우주 중소벤처기업이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창헌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산업국장은 이번 행사를 우주 중소벤처기업 해외 진출을 위한 다부처 협력의 첫 걸음으로 평가하며,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도 우리 기업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주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 지원이 단기적으로는 수출 계약과 공동 연구개발 파트너십 확대에 기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우주 기술을 글로벌 표준과 공급망 안으로 편입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국내 우주 시장 규모와 민간 수요 기반이 아직 제한적인 만큼, 해외 전시와 네트워킹을 통해 확보한 파트너십을 실제 매출과 프로젝트로 연결시키는 후속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K스페이스 나이트를 계기로 국내 우주 중소벤처들이 유럽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뉴스페이스 시대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