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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새 역사 쓴 왼발”…홍철, ACLE 첫 골→데뷔전 역전승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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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새 역사 쓴 왼발”…홍철, ACLE 첫 골→데뷔전 역전승 주역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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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9분이었다. 빗속을 가르며 송암스포츠타운 홈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홍철의 왼발이 골망을 흔들었다. 창단 17년 만의 아시아 첫 도전, 그 답답하고 무거운 기운을 뒤집은 한 방이었다. 팬들이 간직해 온 간절함과 선수들의 기대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믿음까지, 홍철의 골은 그 모든 마음을 하나로 묶었다.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리그 스테이지 1차전이 16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렸다. 강원FC는 이 경기에서 2-1로 역전승, 창단 후 첫 출전이자 첫 홈경기에서 값진 ACLE 승리를 기록했다. 강원FC는 경기 초반 실점으로 불리하게 시작했지만, 경험 많은 홍철이 구본철의 패스를 완벽하게 마무리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역사적 ACLE 첫 골”…홍철, 강원 데뷔전 결승골로 2-1 역전승 / 연합뉴스
“역사적 ACLE 첫 골”…홍철, 강원 데뷔전 결승골로 2-1 역전승 / 연합뉴스

왼쪽 측면을 파고들며 왼발로 기록한 홍철의 결승골은 강원FC의 공식 ACLE 1호 득점으로 기록됐다. 송영구의 도움을 받아 또 하나의 결정적 장면을 연출했고, 경기 내내 특유의 활동량으로 수비와 공격에 모두 기여했다. K리그 통산 410경기·17골·51도움의 기록을 자랑하는 홍철은, 국가대표 무대에서도 47경기 한 골을 남겼고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경험한 베테랑다운 면모를 뽐냈다.

 

경기 직후 밝힌 소감에서 홍철은 “창단 첫 ACLE 골의 주인공이 돼 정말 기쁘다. 오랜만에 나온 만큼 걱정도 있었지만 오늘 경기가 자신감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왼쪽을 이룬 윤일록과의 나이가 합쳐 70세임을 언급하며, 나이나 기회에 위축되지 않고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을 강조했다. 또한 룸메이트 구본철에게 “형 축구 오래 하라고 도와준 어시스트”라며 유쾌함도 더했다.

 

강원FC는 ACLE와 리그 병행 운영에 따라 이날 명단에서 젊은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홍철은 “주전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감독의 신뢰를 잃는다. 오늘 젊은 선수, 기존 멤버들이 하나로 뭉쳐 결과를 낸 만큼 감독에게도 믿음을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나이와 세월이 누적될수록, 현장에 남기는 기록과 표정은 더 깊어지고 있다. 무거운 긴장으로 가득했던 홈 경기장은 빠져나가는 관중의 뒷모습까지도 오랫동안 기억될 만한 밤을 선사했다. 강원FC의 다음 ACLE 일정과 리그 순위 경쟁이 팬들의 설렘으로 이어진다. 홍철이 전하는 진득한 리더십과 경험의 무게는, 2025-2026 아시아 무대에서도 강원의 젊은 도전을 묵묵히 받쳐줄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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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강원fc#a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