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실려 오는 숲의 향기”…거창군 자연에서 즐기는 느린 휴식
요즘 자연으로 드라이브를 떠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먼 여행지라 여겨졌지만, 이제는 가까운 숲길에서 사색하고 쉬는 것이 일상이 됐다. 거창군의 가을은 그만큼 우리 곁에 잔잔히 도착해 있다.
거창군에는 산과 물이 어우러진 풍경이 곳곳에 스며 있다. 23일 오후, 흐린 하늘 밑 25.6도에 머무른 기온은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강수확률 30%, 남남동풍의 부드러운 바람까지. 내일은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예고돼있지만, 산책길에는 여전히 계절의 청량함이 가득하다. 거창은 가을만의 차분한 매력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이끈다.

대표적인 힐링 명소는 단연 가조면의 항노화힐링랜드다. 울창한 편백나무는 가득한 피톤치드로 깊은 숨을 선물한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이 건네는 숲 냄새와 나뭇잎의 부스럭임에 잠시 멈춰서게 된다. 숲속의 집과 각각의 테마 산책로가 잘 정돈돼 있어 누구나 천천히 자기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숲의 얼굴은 자연스레 일상에 쉼표를 만들어준다.
역사와 전통이 어우러진 장소 역시 매력적이다. 거창읍의 덕천서원은 조선시대 선비정신이 오롯이 남아 있는 건축물이다. 고즈넉한 풍경, 오래된 나무, 곡선진 기와지붕, 바람에 스치는 소리까지 모두가 한 편의 풍경화 같다. 이곳을 찾은 여행객 김혜진(41) 씨는 “서원의 고요한 분위기에서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고 옛사람처럼 생각이 깊어진다”고 표현했다.
또 하나의 쉼터, 북상면 갈계숲도 떠오른다. 수백 년 세월을 품은 아름드리 나무 아래, 계곡물 소리에 발을 담그고 있자면 어느새 마음이 맑아진다. 가을이면 숲길마다 물드는 단풍이 또 다른 추억을 남긴다. “맑은 공기와 함께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이라는 현지 주민의 말처럼, 바삐 돌아가던 리듬에 잠시 멈춤을 선물해준다.
전문가들은 이런 지역 여행이 “단순 관광을 넘어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라고 해석한다. “자연에서의 느린 휴식은 현대인의 스트레스에도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생태관광 연구자의 조언이 공감을 얻는다. 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여행객부터 혼자 산책하는 이들까지, SNS에는 “거창군 숲길 인증” 사진이 퍼지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가을이면 거창이 생각난다”, “조용히 자연 속에 있고 싶을 때 찾는 곳” 등 익명의 공감이 잇따른다. 누구나 잠시 자연의 품에 기대 일상의 무게를 덜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거창의 변화는 크지 않아 보여도, 그 안에는 삶을 바꾸는 작고 느린 여유가 담겨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