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향에 물든 여름밤”…세종조치원복숭아축제, 도심 속 오감 힐링
여름이 깊어지면, 복숭아 향 가득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예전엔 평범한 과일 축제쯤으로 여겼던 조치원복숭아축제도, 이제는 온 가족이 기다리는 특별한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한 해를 지나 계절이 돌고 돌아 올 때마다 도시에서 자연을 만나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된다.
조치원읍 대첩로와 세종시민운동장 일대는 매년 이맘때면 분홍빛으로 물든다. 축제의 시작은 우수한 품질의 복숭아 체험과 판매로, 관람객들은 직접 밭을 걷고, 막 따낸 과즙 가득한 복숭아를 손끝에 느끼며, 생산자의 땀과 정성이 식탁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경험한다. 특히,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복숭아수확체험과 ‘아이조치’ 프로그램은 가족들에게 오래 남을 여름의 추억을 선사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해마다 세종조치원복숭아축제장은 전국 각지의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조치원복숭아는 100년이 넘은 재배 역사를 지녔고, 세종시 특산물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복숭아를 활용한 디저트, 6차 산업 전시관, 굿즈몰 등 신선한 먹거리와 체험이 더해지면서 젊은 가족과 연인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지역축제의 흐름을 ‘도시 속 자연회복’ 트렌드로 해석한다. 라이프스타일 분석가 김지연 씨는 “가까운 곳에서 오감의 경험을 누리려는 세대가 늘고 있다. 직접 과일을 따며 시간을 보내는 데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과 가족 단위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현장 반응도 진하다. 축제 SNS에는 핑크빛 복숭아 복장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가족, 친구, 연인들의 사진이 이어진다. 한 어머니는 “아이와 손잡고 밭을 걷는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표현했다. 블랙이글스의 에어쇼와 피치비어나잇 행사에는 도심의 여름밤을 축제로 물들이는 환호성이 가득하다. “이런 이벤트가 있어 여름이 기다려진다”는 후기 댓글이 공감을 얻는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그 말이 실감나는 시간이다. 축제는 조치원의 117년 전통을 새로운 방식으로 잇고, 사람과 자연, 도심과 농촌, 세대를 어우러지게 만든다. 무심코 지나치던 복숭아 한입에 닿은 계절의 맛과 광장에 흐르는 여운이 특별한 여름을 남긴다.
삶의 리듬이 바뀌는 순간이란, 어쩌면 이런 소소한 축제의 장에서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