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CCR5 차단제, 뇌손상 회복 관문 열까”…신약 개발로 정밀 치료 전환 신호
IT/바이오

“CCR5 차단제, 뇌손상 회복 관문 열까”…신약 개발로 정밀 치료 전환 신호

정재원 기자
입력

CCR5 유전자와 이를 표적으로 개발된 약물이 뇌졸중 후 환자의 신경 회복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하며, 뇌손상 재활 패러다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최근 미국 UCLA의 카마이클 교수 연구팀은 에이즈 치료제인 마라비록이 뇌 손상 이후 뇌조직의 복구 및 기능 회복에 의학적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업계는 이 같은 신경 가소성 조절 기반 치료가 ‘완전 회복’이란 난제를 돌파할 분기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마라비록은 2007년 FDA 승인 이후 HIV의 세포 침투 경로인 CCR5 수용체를 차단하는 역할로 쓰여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CCR5가 뇌손상 후 뇌 내에 발현되며, 이 수용체의 활성화가 신경 회복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동물 및 환자 유전자 분석을 통해 규명했다. 실제로 CCR5 유전자가 결손된 쥐는 더 빠르고 완전한 회복을 보였으며,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뇌졸중 환자 역시 언어와 인지 기능에서 현저히 좋은 결과를 기록했다.  

기존 뇌졸중 치료는 재활에 한정돼, 일부 환자만 일상 복귀하는 등의 한계를 보여왔다. 뇌과학계 최대 난제였던 신경의 자연 회복 능력은 CCR5 수용체가 발현되는 기간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밝혀졌다. 카마이클 교수팀은 여기에 주목해 CCR5를 차단하는 약물을 통해 자연적 신경 가소성(plasticity) 기전을 연장·강화하는 방식의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특히 이번 신약은 마라비록 구조를 개선, 뇌 내 도달성과 표적 특이성을 높여 앞으로 몇 년 안에 임상에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CCR5 차단제의 잠재적 효과가 확인됨에 따라 적용 영역은 뇌졸중을 넘어 다양한 뇌손상, 신경퇴행 질환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진다. 환자, 보호자, 의료진 입장에서는 재활 효능이 약물로 증폭된다는 점에서 치료 만족도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혁신적 치료법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유럽 연구진은 CCR5 차단 기반 신경 회복제의 임상 설계 및 표적 확장에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기존 신경 재생 치료제와의 효능·안전성 차별화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규제 측면에서는 FDA 등 미국·유럽 당국이 기존 적응증 약물의 ‘재창출’(drug repositioning) 임상에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조기 승인이 산업적 변곡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뇌 기능에 직결되는 약물의 경우 장기 안전성과 윤리 측면, 뇌혈관 장벽 투과 등 기술적 허들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뇌손상 재활이 환자 노력에만 의존했다면, 이제 유전자 표적 약물로 생물학적 회복 창을 확장시킬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며 “응용 전환점에서 환자 선별, 임상 안전성, 사회적 합의가 균형 있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과 임상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정재원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ccr5#마라비록#카마이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