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여러분 희생 잊지 않아"…이재명, UAE 아크부대 장병 격려
군 장비 노후화 문제와 파병 장병 사기 제고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방 라인이 맞붙었다. 아랍에미리트 아크부대를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장병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감사 메시지와 함께 장비 개선, 가족 지원 약속을 내놓으면서 향후 국방 정책 논의에도 불이 붙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현지 시간으로 아부다비 시내 한 호텔에서 UAE 파견 국군부대인 아크부대 장병 50여명을 만나 격려했다. 행사에는 부인 김혜경 여사도 함께 참석했다. 두 사람은 모래색 군복을 착용한 채 장병들과 마주 앉아 부대 소개 영상과 현황 보고를 들은 뒤, 격려사와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으로 일정을 이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장병들의 거수경례를 받은 뒤 "아크부대는 여러분의 군 복무 시간을 때우는 곳이 아니다"라며 "여러분은 세계와 중동의 평화를 지키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올릴 뿐 아니라 국민의 삶과 목숨을 지키는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늠름하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감사 뜻을 전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건강하게 복무하기를 바란다"며 "여러분이 희생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곳 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냐", "점심 식사는 했느냐", "결혼은 했느냐" 등 가벼운 질문으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며 장병들과 스킨십을 강화했다.
장병 발언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파병 부대의 자부심과 함께 현실적인 애로사항도 드러났다. 의무병으로 복무 중인 한 장병은 "뜨거운 모래 바람 속에 임무를 수행하는 아크부대를 보며 여기서 복무하고 싶다는 생각에 전역을 연기하며 해외 파병을 지원했다"고 말하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여성 군인은 "아랍에미리트 군인들이 서툰 한국말로 인사하는 일이 많다"며 "아크부대 선배들이 군사 외교관으로서 신뢰를 잘 쌓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저 또한 군인 본분을 지키며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노후 장비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한 장병은 "10년도 더 된 장비를 사용하는 일이 많다"며 "방탄복이나 총기 등도 구시대 장비를 이용하고 있고, 로봇 장비를 아랍에미리트에게 빌려쓸 때 부끄럽다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파병 부대의 상징성이 커진 만큼 장비 수준도 그에 걸맞게 개선해 달라는 요청이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언제든 건의해달라"고 답하며 "가족도 많이 보고싶을 것 같다. 향후 대한민국이 국방비 지출을 더 늘리면, 아크부대에 대한 가족 방문 프로그램도 추진해보겠다"고 말했다. 파병 장병 복지와 군 현대화 문제를 동시에 거론하며 중장기 과제를 제시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행사 도중 아크부대를 직접 방문하지 못한 사정을 언급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부대를 방문하려 했더니 오면 귀찮다, 오지 말라 해서 못 갔다. 여러분이 오지 말라고 한 것인가. 매우 섭섭하다"고 농담을 던져 장병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최근 부대원 교대 등 내부 사정에 따라 아크부대 대신 호텔에서 행사를 진행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크부대는 아랍어로 형제를 뜻하는 단어에서 이름을 따왔다. 대한민국 국군 창설 이래 최초로 군사협력 차원에서 파병된 부대로, 2010년 아랍에미리트의 요청에 따라 2011년 처음 파병됐다. 올해로 파병 11주년을 맞은 아크부대는 아랍에미리트군 특수전부대에 대한 교육훈련 지원, 아랍에미리트군과 연합훈련 및 연습, 유사시 한국 국민 보호 임무 등을 맡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도 아랍에미리트를 찾을 때마다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해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취지에서 현장 방문을 추진했으나, 부대 여건을 고려해 이번에는 별도 장소에서 장병들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소통에 나섰다. 이에 따라 향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아크부대 운용 여건과 장비 현대화, 장병 복지 프로그램을 종합 점검할 것이란 관측도 뒤따랐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의 현장 발언을 계기로 파병 부대 장비 개선과 국방 예산 배분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차원의 현지 시찰이나 추가 현안보고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는 향후 정기회와 예산 심사 과정에서 해외 파병 부대 지원 실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입법과 예산 반영을 검토할 계획이다.
